여행이야기/영국

Windermere :: Lake District

JEK Hong 2010. 4. 8. 05:08
내가 작년 9월부터 일년만 잠시 다니고 있는 Royal Holloway University of London은 3학기제다. 1학기 동안 수업, 경제/경영학과는 각 수업마다 방학하기 전에 에세이를 내고, 한 달 방학. 2학기 동안 수업, 또 수업마다 에세이를 내고 한 달 방학. 그러고선 3학기 째엔 1,2 학기 동안 들었던 모든 수업의 시험을 본다. 수업에 따라서, 어떤 과목은 이 Exam term에 보는 시험이 성적에 100%로 반영되기도 하고, 경영학과는 최소 70%가 들어간다.

학기 중에 수업과 과제를 하면서 두 번의 시험으로 성적이 결정되는 한국과 다르게 시험 학기가 주어져서 수업이 모두 끝난 후 시험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그래서 시험 학기 전 방학은 놀 수 없다. exam term은 말 그대로 시험준비하라고 주는 게 아니고 시험 보려고 있는 거라, term이 시작되자마자 시험도 시작이니까는!

그래서 나는 방학 때 열심히 공부를 하기 위해(ㅋㅋㅋ) 종강하자마자 친구들과 짐을 싸고 저~위로 일주일동안 다녀왔다. Lake District와 스코틀랜드.

Lake District는 잉글랜드 북서부 지방에 위치하며 15개의 크고 작은 호수가 모여 있다. 론리플래닛에서는 이곳을 걷기의 심장이라고 표현해 놓았다. 호수를 중심으로 마을이 펼쳐져 있는 이곳은 영국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영국 최대의 국립공원이라고 한다.

런던은 말할 것도 없고 영국의 여기저기 지방을 여행할 때 항상 들르게 되는 곳은 중세의 위엄을 간직하고 있는 성당이라든지, 고성 등등 옛부터 지금까지 이곳의 사람들이 이루어놓은 역사를 주로 보게 된다.

그에 비하면 호수지방은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볼 곳은 없지만 발길이 이곳 어디에 닿든지 어쩌면 사람이 이곳에 살기 전부터 만들어졌을 자연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호수지방을 가보지 않고는 영국 여행을 했다고 할 수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곳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꼭 명심해 두어야 할 것이 있다.

i) 런던, 맨체스터, 요크 등등의 지방 도시에서 수백년을 견디어 낸 경이로운 건축물을 통해 '영국'을 보고 오는 중이라면 그것들은 호수지방에 들어서기 전 잠시 일기장과 카메라에만 담아두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릴 것.

ii) 영국인이 사랑한다는 영국의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 이곳에서 한국에서 흔한 높은 산과 직각으로 떨어지는 폭포와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계곡을 떠올리며 비교하기 시작하면 여행의 감동이 떨어질 것임.

iii) 가장 중요한 하이킹!! 운동화 끈 단단히 매고, 발이 붓도록 걸어다니기. 호수 주변의 마을은 정말 작고, 다 비슷하다. 호수지방에 왔으면, 자연을 느껴야지.

p.s. 난 저런 마음가짐이 부족했어서 여행을 마치고 온 지금, 오히려 레이크 디스트릭트에 대해 심한 미련을 남긴 상태다.


호수지방에는 여러 마을이 있다. 윈더미어, 앰블사이드, 그라스미어, 케직 등등.. 이 중에서도 윈더미어는 호수지방을 여행하러 온 사람들이 주로 베이스로 삼는 곳이다. 다른지방에 비해 저렴한 B&B도 많고, 배나 버스를 타고 다른 마을로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윈더미어 기차역과 가까이 Backpackers가 있긴 하지만 이곳은 우리가 여행을 일주일도 안 남기고 숙소를 예약하려한 탓에 자리가 없어 B&B를 찾을 수 밖에 없었다. 호스텔은 하루에 20파운드 아래로 해결할 수 있지만 B&B는...ㅠ 숙소를 정하는 기준을 호스텔과 호스텔 아닌 것으로만 여기는 우리에겐 비싸다.  Lake District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서 뒤진 끝에 괜찮은 가격의 B&B 발견!


Brendan Chase라는 곳이었다. B&B는 일반 가정집보다는 약간 큰 규모인데 객실을 여행객들에게 내어주는 형식으로 특히! 푸짐한 영국식 아침식사로 유명하다. 호스텔만 전전하던 나도, 이곳을 뜨기 전에 말로만 듣던 B&B에서 묵어보는구나!라는 생각때문에 더 설렜던 여행. 편하게 잠자고 먹을 생각 때문에.. 헤헤


나까지 네 명이어서, 4인용 Family Room을 예약했다. 이 방은 하루에 90파운드. 좋았던 게, 인원수에 상관없이 방값만 받았다. 머릿수대로 받지 않고.. Windermere에 오기 위해서는 런던 유스턴 역에서 기차를 타고 Oxenholme 갈아타야 했다. 4시간이 넘게 기차를 타고 밤 10시가 넘어서 도착, 주인 아저씨의 설명을 듣고 방으로 올라온 우리는 이렇게 아늑한 방을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여행을 할 때, 편한 잠자리가 얼마나 중요하다구.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갔다. 자리를 잡으니 주인아저씨께서 Tea or coffee? 라며 물어오신다. 차를 마시고 있으면 토스트와 함께 저렇게 "영국식 아침식사"를 그득하게 담은 접시가 나온다. 소세지와 계란, 베이컨 두 쪽, Hashed brown (감자를 잘게 썰어 튀긴 것), 토마토, 그리고 Baked bean. 이제 어디 가서 뭐 먹으면 사진 꼭 찍어 오라는 엄마를 생각해서 민망했지만 열심히 찍어왔다 ^^

저게 저래뵈도 굉장히 배가 부르다. 아 그리고 여기 와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베이컨과 소시지가 무지하게 짜다ㅠ 난 첫날엔 아무 생각 없이 계란, 감자, 토스트를 다 먹고 마지막에 짠 소시지와 베이컨만 남기는 바람에, 접시를 다 비울 때까지 내 혀에는 감각이 없어져버렸다..


앞으로 Lake District에서 보낼 3일동안 숙소가 될 이곳 윈더미어. 윈더미어 자체는 무지하게 작았다. 그냥 사진 이게 전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