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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3일부터 1월 6일까지 3박 4일간의 프라하 여행.
여정이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방학을 맞아 한 달동안 내내 거의 런던만 몇 번 왔다 갔다 하는 정도로 집에서만 쉬다가 요 4일 여행이라고 할 만한 4일을 보냈다. 주변엔 한 달 내내 여행을 하고 돌아온 애들도 있지만, 그래서 부러웠지만 내 상황이나 성격을 생각하면 요 4일은 거의 적당하고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던 것 같다.

프라하행 비행기는 저가항공인 라이언에어. 콜택시를 타면 20분 거리에 있는 히드로 공항을 뒤로 하고.. 저 멀리 버밍엄까지 세시간 가량 걸려서 가야했다. 여유있게 도착하려면 Egham 역에서 8시 20분기차는 타야했고 기숙사에서 역까지 걸어서 15분 걸리니까 늦어도 여덟시엔 출발해야했는데, 여유있게 10분 전에 나가니 Egham 역으로 나가는 기숙사 쪽문이 닫겨 있었다! 학교 정문 통해서 돌아가면 두 배는 더 걸릴텐데.. 그럼 기차 놓치고 비행기는 훨훨.. 쪽문 여는 시간이 8시라고 붙어 있길래 고민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8시가 되자마자 순찰차가 와서 문을 열어 줬다. 정말 정신없이 걸어가서 10분만에 역 도착. 비행기 놓치는 줄 알았....

버밍엄 공항에서는 체크인 하는 곳, 비자체크 하는 곳, 보안 검색대가 다 다른 층에 떨어져 있어서 또 한참을 왔다갔다 헤맸던 기억이 난다. 비행기의 연착과 탑승하기 전까지 길고 긴 줄.. 한참 만에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 전까지 저가 항공을 왔다갔다 네 번 정도 타봤지만 난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이륙, 착륙할 때의 소음과 진동.ㅠ 이동 중에도 문득문득 느껴지는 그... 바이킹 타는 느낌.ㅠ 첨엔 무서워서 이륙 전에 무조건 자려고 애를 썼지만 이번에는 다행히 그럴 정도는 아니었다.


2시간의 비행 끝에 프라하 루지네 공항 도착.! 입국장에서 가장 먼저 보인 건 저 전광판. 외국에 와서 삼성이나 LG 등 우리 나라 기업의 흔적을 보면 없던 애국심도 절로 솟아 나오는 것 같다. 체코 인건비가 싸서, 현대차 공장도 여기 들어와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시내로 가는 길 중앙선 가로등에는 온통 HYUNDAI가 붙어있었다.

영국에서 프라하로 이동하는 산을 하나 넘었으니 이제 두 가지의 산이 남았다. 하나는 공항에서 시내로 나가는 것과, 시내에 도착하면 미리 예약해 놓은 숙소를 찾는 일. 일단 공항에서 제일 먼저 보이는 환전소에서 세 사람이 시내로 타고갈 만한 돈만큼만 딱 코룬으로 환전을 했다.

나머지 여행에 필요한 돈은 체크카드를 준비해와서 프라하 시내에 도착했을 때 ATM으로 뽑았다. 2000코룬을 뽑았는데 1000코룬짜리가 딱 두 장 나오더라..; 시내에 심심찮게 보이는 환전소에서 부탁했더니 맘 좋은 아저씨께서 시원스럽게 20코룬짜리 10장으로 바꿔주셨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다음 날 다른 친구가 여기저기 부탁할 때는 유로밖에 받지 않는다고 다 거절했었다.

코룬 환율은, 나중에 돌아와서 계산해보니 1코룬 당 원화로 66원정도의 비율이었다. 유로로는, 1유로 당 26코룬. 숙소 같은 곳에서는 고정환율처럼 1유로당 30코룬으로 계산해서 돈을 받았었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시내로 가는 방법을 블로그를 통해서 검색해 놓았었는데 기계에서 사야하니 동전을 꼭꼭 만들어야 한다.. 동전 없으면 버스표 못 산다..라는 말을 몇 번 봐서 긴장했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어서 허탈했다.

<공항에서 시내가기>


입국장에서 나와서 보이는 이곳. 이곳에서 버스, 트램표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요금표에서 보이는 것처럼 어른 26코룬짜리 티켓을 사면,


75분동안 프라하 시내의 트램, 버스, 지하철을 마음대로 탈 수 있다. 75분 티켓을 끊으면 공항에서 시내까지 충분히 갈 수 있다. 시내도 사실 많이 넓진 않아서 왠만하면 다 걸어다닐 수 있지만 혹 다리가 아플 때 저걸 사면 저렴하게 대부분의 명소에 티켓에 주어진 시간 안에 충분히 갈 수 있다.


버스에 탔을 때, 아니면 지하철을 타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기 전 이렇게 생긴 기계가 있는데 표를 화살표 방향으로 기계 입구에 살짝 넣는다. 그러면 여기에 최초로 교통수단을 이용한 시간이 찍히게 된다.  이 시간을 넘기면 표는 쓰면 안 되는데, 보통 검사를 하진 않지만 (나도 한 번도 검표를 받은 적은 없다) 만약 표에 시간이 찍혀있지 않거나 찍혀있는 시간을 넘겼을 경우 걸리면 상당한 금액의 벌금을 내야 한다. 600코룬 (36000원 정도?) 이라고 하는데 진짜인지는 확인을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맨 처음 탑승할 때 시간을 찍으면 그 후에는 기계에 표를 넣을 필요가 없다. 표만 잘 보관하고 있음 된다.


119번 버스의 종점은 Dejvicka. (프라하에서 가장 불편했던 게 문자를 어떻게 읽는지를 몰랐던 거. 분명 영어랑은 다를텐데. 그거라도 알아갈 걸 하는 후회를 항상 많이 했다.) 지금 보니 510번은 아예 시내로 가네.. 그 때는 인포메이션에서 119타고 지하철로 갈아타면 된다고 알려줘서 다른 걸 찾아볼 생각은 하지도 않았었다. 아무튼, Dejvicka까지는 20분 좀 넘게 걸렸던 것 같다.


이곳은 지하철 A라인의 시작 혹은 종착역이기도 하다. 이 역에서 지하철로 갈아타서 우리의 목적지인 Mustek역으로 가야했다.


각 나라마다 지하철역 표시가 다른데 이것들을 나라별로 모아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영국은 빨간색 동그라미와 그걸 가로지르는 파란색 작대기 하나. 프라하는 저렇게 아래로 향하게 그려진 화살표였다. 처음 봤을 때 뭔가 익숙했는데 내가 뭘 연상을 하고 싶은 건지 생각이 안 났는데 지금 생각이 났다! DDR.ㅋㅋㅋ


지하철을 타기 직전 받은 가장 큰 인상이 저거. 에스컬레이터가 무지하게 길었다. 다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왔었는데 친구는 괜히 뒤로 떨어질까봐 조마조마했다며.. ^^;;


지하철 역은 우리 나라처럼 넓고 깨끗했다. 3개월을 지하철이라고는 좁고 더러운.. 그리고 불은 맘대로 꺼졌다 켜젔다 하고 소음은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들리는 런던 튜브만 타고 다니다가 프라하 지하철을 보니 신세계에 온 듯 했다. 아,! 런던은 지하철을 Tube라고 하는 것처럼 여기서는 Metro라고 했다.


지하철도 너무 깨끗했다. 하얗고 깨끗한 지하철 내부에 의자랑 손잡이랑은 깔끔하게 빨간색으로 통일. 깔끔한 프라하 메트로를 너무 찍고 싶어 찰칵.


Mustek역 도착. Dejvicka에서 4정거장 갔던 것 같다. 아, 프라하 지하철 역에 깔끔하기도 하지만 또 기억에 꼭 남기고 싶었던 건 너무 예쁜 지하철 역. 역마다 색깔이 달랐다. Mustek역은 사진처럼 노란색. 그 전에는 빨간색, 그 전전 역은 초록색. 이 날 지하철 타고 오면서 프라하 떠나기 전에 A라인이라도 다 타보면서 지하철 역이 무슨 색인지 꼭 보고 사진찍자! 했었는데 그럴 수가 없어서 너무 안타까웠다. (프라하에 있던 3일 동안, 공항과 시내 왕복을 빼고는 모두 걸어다녔었다ㅠ)

지상 위로 나와 7시경, 1시간 넘게 길을 헤맨 끝에 드디어 숙소를 찾았다.

<Ritchie's Hostel>


집을 떠나 여행을 와서 아무리 돈을 아낀다고 해도 장점이라곤 저렴한 것 밖에 없는 곳에 3일을 머물면 여행 기간 중 하루의 시작과 끝은 그다지 개운하지 않을 거고, 심하면 타국에 나와 새로운 걸 보고 있다는 벅참조차도 그것을 덮어주지 못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번 여행 3일간의 보금자리는 (기대를 아예 안 했단 건 거짓말이지만) 너무너무너무너무 완벽했다. 위치도 구시가지 아주 중심에 기념품 가게들이 모여있는 곳에 함께 있었다.



세명이서 함께 다니니까 방 잡기에도 더 좋은 것 같다. 3인실 Private room으로 꾸며져 있는 Mini dorm에서 3박을 했는데 화장실도 방에 딸려 있고 방도 너무 깨끗하고 침대도 세 개!! (영국 기숙사에서는 침대 하나에서 베개 둘, 이불 하나로 셋이 붙어 잤으니.. ^^;;) 가격은 1박에 14유로. (3박 이상부터는 할인을 해준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약간 쉬다 시계를 보니 어딘가 돌아다니기엔 늦었고 하루를 마감하자니 시간이 아까워 강가로 나가 그 유명한 까를교와 프라하성의 야경을 보기로 하고 숙소를 나섰다.


프라하성. 생각만큼 화려하진 않았지만, 은은한 에메랄드 빛이 성을 더 귀티나고 우아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이 날 밤에 살짝 눈이 내리고 있었는데 플래쉬를 터뜨리니 눈까지 같이 찍혔다.


까를교의 야경. 이 날부터 영국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까를교는 두 번을 더 갔는데 이 날만 까를교를 제대로 본 것 같다. 낮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을 제대로 담을 수가 없었다. 다리를 찍는 건지 단체 사진을 찍어주는 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Lonely planet에서, 까를교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사람들이 많아지는 시간을 피해 새벽과 동 튼 직후의 까를교를 보러 나오는 것을 추천해줬는데 결심만 하고 하루도 실행해 옮기지 못해서 너무너무 안타깝다. 낮에 틈이 안 보이게 붐비는 까를교를 보면서 왜 굳이 새벽 시간에 보러 오라고 강조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ㅠ 낭중에 누군가 프라하를 간다면 이만 닦고 모자를 뒤집어 쓰고, 아침 먹기 전이라도 일단 새벽에 까를교에 꼭 나가라고 얘기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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