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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을 뒤적 거리다가 좋아요를 눌러놓았던 페이지 '클래식에 미치다'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았다.
정환호라는 피아니스트의 'Bittersweet Waltz'
듣자마자 마음이 막 콩닥거리고 너무 좋아서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벅스뮤직 어플을 눌렀다. 처음에 곡명을 대충 찾느라 Bittersweet만 검색했더니 피아노곡부터 팝송에 K-팝까지 노래 제목으로 많이 쓰이는 단어더라.
애초에 찾으려했던 피아니스트는 못 찾고 스크롤을 쭉 내리다가 '피아노 윈드'의 곡이라는 Bittersweet이 있길래 뭐 서로 리메이크했거나 한 곡인가 해서 들어봤는데 다른 곡. 하지만 이 곡도 너무 좋았다. 앨범 정보를 보다가 여러 뉴에이지 곡들을 모아놓은 컴필레이션 앨범들이 있길래 삘 받아서 마구마구 다운. 100곡 넘게 폴더에 담았다가 처음 30초를 들어보고 내가 안 들을 것 같은 곡들은 하나하나 지워서 나만의 피아노곡 앨범을 완성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꺼번에 많은 곡을 들으면서 내 스타일을 고르다보니 아 내 귀에 어떤 곡이 꽂히는구나 다시금 느껴졌다. 이루마의 'Indigo'나 장세용의 수많은 밝은 곡들 중 '이상기억'을 가장 좋아하는 나에게 그 멜로디들을 아는 사람들은 특히 이상기억의 경우, 우울하거나 슬픈 멜로디를 좋아한다고 해왔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맞긴 하지만 멜로디의 어둡고 밝기보다도 내 귀를 더 민감하게 한 건,
(내가 피아노를 모든 곡을 엄청 잘 소화하는 것도 아니고 음악도 많이 모르지만..^^;;)
음으로 꽉꽉 풍성히 채워진 곡들인 것 같다.
이루마의 Chaconne처럼 악보 내내 반주와 멜로디라인이 4분음표와 8분 음표만으로 전개되거나 앞에 너무 감성적으로 느리게 끌고 가서,
'있잖아.. 나 할 말 있는데..'라고 조용하고 여리게 말하는 듯한 그런 곡들은 그냥 지워버리게 되더라.
오히려 차분하건 활달하건 초입부터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듯한. 본론이 나오는 듯한 그런 곡들.
곡 들어갈 때 감성적인 경우라면 많이 들어보지 못한 듯한 멜로디 전개의 곡들.
내가 아는 아티스트 아주 몇 명의 곡을 정기적으로 검색해보는 것 말고는 뉴에이지 음악을 검색해본 적이 거의 없는데 지금 보니까 아티스트가 무지하게 많더라. 뉴에이지가 처음 뜰 때 이루마나 스티브 바라캇의 곡들을 무한 반복 재생해서 많이 들어서 요즘의 그 많은 곡들 중에서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싶으면 그냥 이루마나 스티브 바라캇을 듣는 게 나에게는 더 나은 것 같다.
Bittersweet을 잘못 검색한 탓에 귀에 한 번 꽂히게 된 '피아노 윈드'의 곡들은 다 좋았다. 계속 귀 기울이고 관심을 가질만한 아티스트를 하나 알게 되어서 기분이 좋다.
다 추려낸 다음 원래 찾으려던 정환호 피아니스트의 앨범도 찾아서 지금 듣고 있다. 이 앨범은 하나도 안 지우고 다 듣고 있다. 역시, 귀에 10초만에 꽂힌 이유가 있나보다.
그리고 옛날 생각이 나서 장세용 앨범과 스티브 바라캇의 곡들도 다시 다운 받아서 오랜만에 들었다.
20대 초반에 글도 많이 쓰고 생각도 많고 감성 감성할 때 들으면서 콩닥콩닥 설레었던 그 느낌이 그 곡과 멜로디에 저장되어버린 것처럼.. 지금 나는 그 때보다 거의 10년이라는 나이가 들었고 몸도 그 때 몸이 아니고 감성도 그 때의 감성이 아니고.. 그 때보다는 현실이라는 것과 삶이라는 것의 팍팍함은 한 해 한 해 쌓아가면서 조금은 알아가게 되어서, 머리에도 마음에도 그 때보다 뭔가 묻은 것들이 많지만 정말 신기하게 그 때 그 느낌이 생생하다. 유럽에서 특히 오스트리아 프랑스 돌아다닐 때 제이슨 므라즈 노래를 무한반복 들으면서 다닌 덕에 그 노래들을 들으면 여행의 느낌이 생생한 것처럼.
덧.
스티브 바라캇의 When I was young과 Childhood를 참 좋아했어서 특히 When I was young은 싸이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도 해놓았었는데.. 100 몇 곡 이상되는 곡들을 논문 스크리닝하듯 들으면서 느낀 건 어릴적에 대한 기억이나 가족간의 추억과 사랑이 담긴 제목의 곡들은 어떤 아티스트를 불문하고 따뜻하고 좋다. 모두 지우지 않고 저장했다. 이런 곡들은 또 따로 폴더를 만들어야할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