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데릭 베크만에 이어 만나게 된 작가 메이브 빈치. 모처럼 따뜻한 소설을 만났다. 열 개의 챕터가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서사이다. 각 챕터가 차곡차곡 쌓여서 스톤하우스 오픈의 첫 일주일을 완성시키는 따뜻한 소설.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모양으로 살아가고 있는 등장인물들은 스톤하우스의 첫 손님이 되어 머물며 각자의 사연으로 안고 그곳으로 들어간다. 서로 관계없는 사람들이 본래의 자리에서 살아가던 현장에 카메라를 놓고, 모두가 한 장소, 스톤하우스로 오기까지의 과정과 그 곳에서 누리는 힐링의 과정을 담고 있는 것 같다. 한 챕터씩, 한 인물 한 인물이 그려질수록 스톤하우스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도 여전히 흘러가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한 챕터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다른 챕터에서는 철저히 배경인물..
장난으로 영국 가자~ 런던 가고 싶다 노래를 불렀지만 다시 가게 될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여행을 정말 가는 건가 싶게 목적지를 정하고 비행기표를 끊고 두 달 여가 흘러 벌써 비행기를 타기까지 3일밖에 남지 않았다. 둘다 떠나기까지 해놓아야할 것들이 있어서 숙소, 비행기, 스위스패스 외에는 다른 준비를 거의 하지 못해서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어제부터 계속 서로 우리 정말 가는거냐고 확인에 확인을.런던은 그래도 짧은 시간동안 잘 보기 위해서 날짜별로 둘러볼 구역을 정하기는 했다.어딜 갈지 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가봤던 곳은 또 가고 싶어서, 안 가본 곳은 가보지 않아서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다.어딘가 생략하고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이너한 장소들과 가보지 않은 런던 구석구석을 가기에는 영국..
페이스북을 뒤적 거리다가 좋아요를 눌러놓았던 페이지 '클래식에 미치다'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았다. 정환호라는 피아니스트의 'Bittersweet Waltz'듣자마자 마음이 막 콩닥거리고 너무 좋아서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벅스뮤직 어플을 눌렀다. 처음에 곡명을 대충 찾느라 Bittersweet만 검색했더니 피아노곡부터 팝송에 K-팝까지 노래 제목으로 많이 쓰이는 단어더라. 애초에 찾으려했던 피아니스트는 못 찾고 스크롤을 쭉 내리다가 '피아노 윈드'의 곡이라는 Bittersweet이 있길래 뭐 서로 리메이크했거나 한 곡인가 해서 들어봤는데 다른 곡. 하지만 이 곡도 너무 좋았다. 앨범 정보를 보다가 여러 뉴에이지 곡들을 모아놓은 컴필레이션 앨범들이 있길래 삘 받아서 마구마구 다운. 100곡 넘게 폴더에 담았..
Jul.13~Jul.15 #1.내가 이 책을 읽으려고 했던 이유는 너무 집중을 못하겠고.. 학기 중에는 넘쳐나는 것처럼 보이는 해야할 것들 때문에, 그리고 어느 하나도 내가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실패감과 시간을 굳이 들인 만큼 성과를 (나 또는 누군가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내지 못했을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회피한다거나 하나에만 지나치게 폭발적으로 집중해서 갇힌다든지, 근데 그렇게 집중 상태로 들어갈수록 다른 할 일들이 기다리는 것 같아, 그걸 생각하면 시간 낭비 같아 몰입상태로 가도록 나를 놔두지 않아서.. 그리고 컴퓨터/예능이나 에브리타운을 놓으면 아날로그적인 것에 집중한다거나 혹은 진드감치 가만히. 다른 것을 할 생각을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 오랫동안 앓다가 지난 한..
올 2월 항상 부족하지 않게 챙기고 싶은 동생의 졸업식이었다. 비슷비슷한 꽃들로 비슷하게 포장되어서 길가에 쓱 지나가면서 살 수 있는 꽃다발을 주기 싫어서 생각한 것이 직접 꽃다발을 만들어 주는 거였다. 양재꽃시장은 한 시 전에 가야 사는 건 알았지만 그 이후에 여는 건 내가 가고픈 도매시장이 아니라는 것도 몰랐던 상태에서,굳이 오후에 그 곳에 가서 조금조금씩 비싸게 샀다.그 때 처음 라넌큘러스, 알스트로메리아 이런 꽃들을 알게 되었다.그 때부터 꽃에 관심이 많아져서 여기 저기 블로그도 눈팅하고 양재꽃시장 도매시장도 다시 다녀와보고 꽃 보는 재미가 생겼다. 이 꽃 저 꽃을 알고 나니 동생 이사한 집에 집들이 가면서 선물할 꽃도, 그 때는 직접 포장은 못 했지만 꽃집 언니랑 이야기하면서 많이 물어보고 직접..
그저껜가 그그저껜가, 2년 동안 쳐다보지도 않고 기억하지도 못했던 블로그에 프랑스 여행갔을 때 썼던 글들이 생각나 오랜만에 들어와 보구선 한창 열심히 했을 때 썼던 게시물들을 다 정독했다. 그 이후로 나는 밀려오는 향수에 묻혀서 지금까지도 헤어나오질 못한다. 영국 교환학생 시절 그 곳에서 보냈던 모든 시간과 내 발자국이 찍혔던 모든 곳에 대한 향수, 감사함과 의욕이 넘쳤던 그 때의 나에 대한 향수.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 생각을 정리하고 정리해서 내 것으로 만들었던 심리적 여유에 대한 향수. 카메라 들고 풍경사진 담아내며 뿌듯해했던 시간들에 대한 향수. 사진들과 함께 빽빽하게 씌여진 글들을 보면 내가 언제 저런 글들을 깨알같이 다 썼었나 싶다. 지금 이렇게 앉아서 내 얘기를 두 문단 이상 쓰는 것도 넘 오..
한국에 돌아온지 열흘이 조금 넘었다. 돌아오면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계절학기 시작 날이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일주일이 빠르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나의 휴식은 저 멀리. 한국에 오자마자 서울 새로운 방으로 다시 이사하고, 바로 계절학기를 들으면서, 두 과목을 4주 속성으로 듣는 빡빡함을 생전 처음으로 느끼면서 마음은 압박을 느끼고 있고, 거기에 또 축구 보는 것도 욕심스럽게 놓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어제 우루과이에 이겼으면 나의 이 저울질은 꽤 내 마음을 힘들게 했을 것 같다. 9개월동안 정말 하루하루를 느릿느릿 여유롭게 지내다가 한국에 오자마자 나에게 언제 그런 나날이 있었냐는 듯, 나는 또 마지막 학년이라는 나의 위치와 그것을 둘러싼 현실에 놀랍도록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블로그에 오랜..
이곳에 와서 짧으면 일주일, 길면 이주일에 한 번씩은 꼭 장을 보러 나간다. 과일은 매주 화요일마다 캠퍼스 안에서 열리는 Fruit market에서, 이 날은 Oriental Market도 같이 서서, 종갓집 김치도 매주 사 먹을 수 있다! (어제 과일 실컷 사고 김치를 까먹고 사지 못했다.. 김치 없이 한 주를 보내야 하는데ㅠ 여기 오기 전엔 나한테 이렇게 김치가 중요한 줄 몰랐다) 고기, 쥬스, 빵 뭐 이런 주식과 반찬 거리는 캠퍼스에서 나와 15분 쯤 걸어가면 Egham 시내에 테스코가 있다. 여기서 장을 보고 낑낑대고 집에 돌아온다. 귀찮긴 하지만, 산책하고 바깥 공기 쐴 겸 기분좋게 나갔다 온다. 저저번주 쯤에 테스코 가던 길에, 날씨가 너무 좋아서 + 봄향기를 내뿜으면서 점점 푸르게 변하고 있..
Tottenham Court Road에서 내려 조금만 가면 보이는 St.Giles 길. 왜 하필 이곳인진 모르겠지만 이 조그만 길에는 한국의 흔적이 있다. 역시나 먹을 거.. ^^;; 보통 중국음식점은 길가다 잘 볼 수 있고, 특히 소호거리는 차이나 타운으로, 중국이나 한국 음식점이 많이 모여 있다. 저렇게 맘 편하게 한국말로 간판과 구인 광고를 써놓은 이곳은, 식당들을 주욱 훑어 지나가는데 5분도 안 되는 짧은 길에 서있지만 런던의 거리 한복판에서 한국을 발견한 반가움과 함께 잠시 잠깐이라도 마음이 한국에 온 듯 편해질 수 있었다. 내친 김에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음식값이 너무 비싸 계속 윈도우를 통해 안에만 구경하고 지나갔다.
이제껏 나를 거쳐 간 화분 중 가장 잘 살아남아 준 히야신스. ^^ 지나친 방목으로 시들거나, 너무 애정을 쏟아 듬뿍듬뿍 주었던 물 땜에 뿌리가 썩는 불상사는, 이번엔 일어나지 않았다! 신기하다. 잎 사이에 솟아있던 녹색 꽃봉오리가 꽃을 피우면서 분홍색으로 싸악 변하는게. 이번에 히야신스를 키우면서 배웠던 가장 큰 교훈. 알뿌리 식물은 저얼대 물을 자주, 많이 주면 안 된다는 거. 난 항상 흙이 말라 있는 거 같으면 그 때마다 흠뻑 주었는데, 이제까지 넘치는 나의 애정을 받은 화분들은 모두 죽었었다 -_-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나서 꽃은 다 시들었다. 꽃잎이 다 떨어지면, 선선한 곳에 내놓고 잘 말려, 봉지에 싸서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화분에 다시 심으면 꽃이 핀다고 한다. 조금 더 지켜보다가 화분에서 떼..
도서관 기숙사 도서관 기숙사. 하루에 낙은 밥 먹으러 기숙사로 들어왔을 때, 끼니를 해결하면서 틀어보는 드라마 한 편씩. 뭐 그 정도? 아. 한 달 후에 시험이 끝나면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떠날 여행에 대해서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 정도. 블로그에 사진 올리거나 몇 자 끄적거리는 거 좋은데.. 그럴 마음의 여유도 없다. 지금 많이 긴장되고 급하긴 한가보다. 전엔 사진이 정리가 안 되어있거나, 여행의 이야기를 까먹기 전에 블로그에 올리지 않으면 기억이 다 날아가버릴까봐 찝찝해서, 과제한다고 밤을 새도 그 정리는 꼭 했는데. 대충대충 싸이에라도 다 올려버리고. 아직 하이랜드 이야기와 에딘버러 이야기도 쓰지 못했고.. 가끔 시간 쪼개서 나갔던 런던 얘기도 못 썼고.. 음악도 올리고 싶은 거 많은데. 학생의 본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