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영국 떠날 때가 다 되어서야 내가 외국에 와서 가족 친구들이랑 떨어져 혼자 있구나..라는 게 새삼 실감나는 나날을 보냈다. 무기력하게, 마음은 약해져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어젯밤 정신을 차렸다. 대전에서 다니던 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부활절 설교 말씀을 듣고.. ^^;; 일년 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때의 그 한 달간의 모든 순간순간들이 떠오르고, 낮에 통화했던 할아버지와 삼촌이 생각나고.. 가족들도 그립고. 내가 서울에 올라와 재수할 때, 울 엄마도 같이 고생 많이 했다. 학교 수업하랴, 가끔 올라와서 나 밥 사주랴, 위로해주고 힘주랴, 도시락 반찬까지 신경써서 이모네 냉장고에 넣고 가랴. 어쩔 때는 힘들다고 우는 내 전화를 받고 바로 서울로 올라온 적도 있다. 그 때마다 나는 감사하고 죄..
이곳은 3월부터 캠퍼스랑 마을 주택 정원에 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이젠 봄바람도 살랑살랑 부는 게, 도서관과 기숙사를 왔다갔다 할 때마다 내가 캠퍼스 생활을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새삼든다. 그러다가도 아무리 봄이어도, 날씨가 좋아도 여기선 나 혼자니까라는 생각에 한국에서의 봄과, 우리 캠퍼스.. 중광.. 많은 것이 그리워지던 요즈음, 얼마전 테스코에 갔다. 거의 3주를 장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장을 봤는데, 그 와중에 화분들이 눈에 들어와버렸다. 두 달전에 키우던 히야신스가 꽃도 피지 못하고 죽어버려서 실망했었는데, 여기선 아주 튼실한 히야신스 세 뿌리가 화분에 담겨 있었다.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죽어버릴 것 같아서, 집에 들여놓은 이후 3일 째 되는 오늘까지도 물을 주지 않았는데, 조..
말콤 글래드웰은 내가 제일 아니 유일하게 좋아하는 작가다. 부끄럽게도, 이제까지 책들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왔기 때문에 이 사람 빼고는 딱히 좋다고 할 수 있는 작가가 아직 없긴 하지만. 하지만 나에게 이렇게 유일무이한 Idol Writer를 완전 제대로 만난 것 같아 뿌듯하다. 제목을 보고 땡기면 아주 가끔 가끔 책을 빌리거나 사서 읽었던 2년 전. 난 주로 가벼운 소설이나 마시멜로 이야기 같은 가벼운 자기계발서 정도를 읽었었는데. 명색이 사회과학도이니만큼 책도 고쪽으로 읽어보자 해서 사회과학 추천목록을 찾았지만 죄다 국부론, 맑시즘 막 요런 거.. 다 눈으로 대충대충 훑다가 그나마 흥미롭게 눈이 들어왔던 게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 포인트였다. 나같은 사람은 '아 그래?'하고 지나칠 대수롭지 않은 사회현상..
오늘 드디어 한 달 넘게 가고 있지 않던 손목시계에 새로운 건전지를 넣어주었다.! Egham에 시계 배터리를 갈아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건 애초에 알고 있었고, 현지 친구한테 근처에 시계 고치는 곳 없냐고 물었더니 일을 보려면 기차로 한 정거장인 스테인즈나, 너덧정거장인 윈저로 가야 한대서 귀찮기도 하고.. 은연 중에 손을 놓고 있었는가보다. 어제 오늘 그 놈의 헤어드라이기 때문에 스테인즈를 계속 왔다갔다 했는데, (여긴 드라이기 사러도 기차 타고 나가야 해..ㅠㅠ) 오늘 퍼뜩 혹시 몰라 가방에 멈춘 손목 시계를 넣고 가봤더니 드라이기를 샀던 백화점에 Watch repair shop이 있는 거였다. 이 나라는 사람 손을 거치는 일이면 뭐든지 값이 나가니까 비싸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한국선 2만원 정도 했..
저녁을 먹자마자부터 2/16~2/20, 프랑스의 뚜르지방 여행을 위해 사전조사를 하면서 4시간을 훌쩍 보내버렸다. 인영언니가 지나가듯 추천해준 Tours를 이번 학기 reading week의 여행지로 바로 정해버리고 덜컥 비행기표를 샀었다. 결제기록이 원화로 남아, 정확하게 몇 파운드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런던에서 뚜르로 가는 게 6만원, 돌아오는 건 97000원이 들었다. 숙소는 저저번주에 예약했다. 1인실로 19.44유로! 여기는 1인실, 2인실, 도미토리 상관없이 무조건 1인당 가격이다. 지난 방학 때 친구들이 한달 간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때 호스텔의 도미토리 가격을 생각하면 무지하게 저렴한 거래서 기분이 좋다. 4박 5일동안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정보를 얻기 위해서 Lonely Pla..
지난 열흘 동안 한국서 날아온 중학교 다니는 사촌동생 런던 구경시켜주고 영국 생활 시켜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실 런던은 일주일에 한 번 나갈까말까이지만 일주일에 세 번 정도를 나가면서 이제까지 내가 여유있게 둘러보지 못한 영국을 본 것 같아서 좋기도 했다. 구경다니면서 기억에 남았던 곳 중 하나가 세인트 폴 대성당! 여느 런던 명소처럼 이곳도 세 번째지만 한번도 안으로 들어가서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이곳 꼭대기에 올라가면 런던 시내를 볼 수 있다는데 그걸 한번도 해보지 못했었다. 입장료는, 학생은 9.5 파운드. 춥고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계단을 힘들게 올라가서 전망을 보고 오느라 젤 중요한 성당사진이 없다! 하지만 이 성당은 워낙 유명하므로...ㅋㅋ 성당 내부를 구경하고 올라가는 곳으로 ..
02.Jan.2010 금, 토, 일요일이 되면 런던 여기저기에선 장이 선다. 주제도 다양하다. 저렴한 먹을 거리가 가득하다는 버로우마켓, 대표적인 앤틱시장인 스피틀필즈 마켓. 새해 첫날을 기분좋게 맞이하고 2010년의 첫 주말 나는 친구들과 노팅힐의 포토벨로 마켓에 갔다. 포토벨로 마켓에 가기 위해서는 먼저 지하철을 타고 Notting Hill Gate 역에서 내린다. 영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노팅힐이라는 이름은 그 동네가 무척 낭만적일 것 같은 왠지 모를 기대가 생긴다. 영국에 와서 많이 느끼는 것이 우중충한 날씨에 비해 버스든 건물이든 간판이든 색깔을 참 잘 쓴다는 것인데, 원색보다는 파스텔 톤을 좋아하는 나에게 노팅힐은 너무너무 이쁜 동네였다. 지하철 역에서 내리면 길 두 어개를 지나 Portob..
옷을 살 일이 생겼다던가, 오늘처럼 해어진 운동화를 대신할 새 신발을 살 일이 생겼다던가.. 하다 못해 아이쇼핑이라도 하고 싶은 날이면 언젠가부터 난 출발점을 피카딜리 서커스 (Piccadilly Circus) 역으로 잡고 있다. 평일이건 주말이건 피카딜리 서커스는 항상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영국의 강남? ^^;; 사방으로 뻗쳐진 길이, 각각 어디로 통하는 지도 모르게 어지럽지만 '예쁜 곡선 길'로 알려져 있는 Regent Street, 그리고 그 길을 쭉 따라 올라가다보면 만나게 되는 Oxford street. 이 길은 내가 요즘 젤 좋아하는 길이다. 길가에 빽빽히 들어서 있는 쇼 윈도우. 나에겐 그림의 떡이지만 새로운 물건과 이쁜 가방과 옷을 보는 걸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
새해 첫 날, 런던의 분위기는 어떨까..! 밤을 새고 네 시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새해를 맞이하는 순간 카운트다운을 하면서 2010년을 환영하는 건 약간은 젊은 층의 행사였다면 새해의 첫 해가 뜬 낮에는 가족들을 위한 퍼레이드가 큰 행사이고 볼거리라고 한다. 이 날 일단 친구들에게 런던 구경을 시켜주기 위해서 빅 벤부터 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 사원, 버킹엄 궁전 등 런던에 왔다면 일단 사진부터 박아야할 곳들을 종일 걸어다녔는데, 버킹엄 궁에서 트라팔가 광장에 가는 길, 굳이 일부러 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퍼레이드 행렬을 만났다. 퍼레이드를 보는 순간 우리는 목적지를 잊고 계속 계속 퍼레이드를 구경하면서 길을 갔었다. 참여하는 인원이 얼마나 많은지, 퍼레이드는 정말 끝이 없었다. 오즈의 마법사랑,..
2009년의 마지막 날, 런던의 큰 행사인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런던으로 갔다. 불꽃놀이를 보고 2010년 새벽이 되면 집에 가는 기차는 이미 운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하룻밤은 런던에 있는 한인민박집에서 자기로 했었다. 공항에서 온 친구들을 맞아 민박집을 찾아가 짐을 풀어놓은 다음, 저녁 식사를 하고 7시 20분 즈음 숙소를 나와 Vauxhall Bridge 쪽으로 나간 다음 강을 건너지 않고 강을 따라 쭉- 건넜다. 20분 정도 걸으면 빅벤과 오늘의 주인공 런던 아이, 웨스트 민스터 사원이 보인다. 'Firework viewing area'라고 적힌 곳은 수많은 인파의 질서를 잡기 위해 보호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보호대를 지나 보였던 큰 문은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
드디어 그 날이다. +_+ 주위 친구들의 여행길을 배웅하고 2주동안 이 날만 기다리며 혼자 집에서 띵가띵가 보냈는데.! 내일만 되면 1월 11일 개학 전까지의 나의 여행은 드디어 시작이다. 에세이는 오늘 중 다 끝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집에 와서 밤에 중간중간 다 마치면 되겠지 뭐.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주위 애들은 한 달 치 짐을 싸서 나갔다. 한 달 내내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모조리 돌고 오겠다며. 첨엔 정말 무지 부러웠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휴. 난 한 달을 집을 떠나서 떠도는 건 절대 못 할 것 같다. 그 생각이 들면 기숙사를 떠나 외국을 돌고 있는 애들이 외롭지 않을까 걱정이 됐었는데. 그 중 한 친구는 나에게 돈과, 핸드폰 요금이 떨어지면 top up 해달라고 탑업 카드도 맡기고 갔었는데, ..
오늘은 추적추적 비가 온다. 어제까지는 너무 맑고 좋아서 이 날씨에 제대로 나가지 못하는 걸 한탄했었는데. 날씨가 조금 안 좋아지기 전에 밖에 나가서 햇빛을 맘껏 쐬었어야 하는데.ㅠ 그래, 일단 나의 본분은 학생이니 해야할 걸 마치고 놀아야지.. 이번 에세이는 미리 한다고 일찍 잡아놓고 그냥 질질질질 끌어버렸다. 워낙 영국 날씨가 안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내가 막상 왔을 때는 예상만큼 날씨 땜에 우울했던 적이 없다. 대부분의 날이 sunny intervals였고, 한국에 한파가 몰아친다고, 11월부터 일찍 추워졌다고 했을 때도 어떤 날은 후드만 걸치고 돌아다녀도 될 정도로 기온은 너무 좋았다. 영국 오자마자 자전거를 사려 했는데 사고 금방 매일 비오는 날씨가 계속 되면 어쩌나 하는 맘에 포기 했었는데 ..
뮤지컬 Wicked를 보러 런던에 다녀왔다. 빅토리아역 근처에 있는 Apollo victoria 에서. 아쉽게 공연 중에는 사진을 한 장도 찍지 못했다. 마지막 인사하러 나올 때라도 찍고 싶었지만 직원들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카메라를 못 꺼내게 해서.ㅠ 두 주인공 알파바와 글린다의 목소리가 정말 소름끼치도록 좋았다. 노래도 너무너무 잘 하고. 으- 단지 노래를 잘 한다고만 해버리기엔 너무 감동적이었던 무대였지만 어떻게 표현할 방법을 찾지를 못하겠다. 저 일층에는 브라스밴드가 연주를 하고 있던 것 같은데 뮤지컬 중간중간 여러 악기 소리가 날 때마다 밴드를 보고 싶었지만 내가 앉은 자리에선 보이지 않았다.ㅠ 여기에서도 나한텐 플룻 소리만 들리더라 ^^;; 오늘처럼 뮤지컬 배우라는 것이 참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