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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살 일이 생겼다던가, 오늘처럼 해어진 운동화를 대신할 새 신발을 살 일이 생겼다던가..
하다 못해 아이쇼핑이라도 하고 싶은 날이면 언젠가부터 난 출발점을 피카딜리 서커스 (Piccadilly Circus) 역으로 잡고 있다.

평일이건 주말이건 피카딜리 서커스는 항상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영국의 강남? ^^;;
사방으로 뻗쳐진 길이, 각각 어디로 통하는 지도 모르게 어지럽지만 '예쁜 곡선 길'로 알려져 있는 Regent Street, 그리고 그 길을 쭉 따라 올라가다보면 만나게 되는 Oxford street. 이 길은 내가 요즘 젤 좋아하는 길이다. 길가에 빽빽히 들어서 있는 쇼 윈도우. 나에겐 그림의 떡이지만 새로운 물건과 이쁜 가방과 옷을 보는 걸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

평소에 신발을 험하게 신는 나는, 2년 전에 산 운동화를 여기 와서 더욱더 열심히 신고 다니면서 어느새 밑창을 다 갈아버렸다. 비가 오는 날 신고 나가면 빗물이 그대로 신발속으로 줄줄. 여기 와서 겨울을 나기 위해 산, 굽없는 부츠를 한동안 신고 다니다가, 발이 아파 못 참겠어서 오늘 드디어 운동화 사는 데에 돈을 쓸 결심을 하고 런던으로 나갔다. 여기는 캔버스화가 한국에 비해 비싸다ㅠㅠ 그래도 어떡해.. 한국서 사서 보내달라면, 만약에 세관에 걸려 세금을 물면 어차피 같은 가격이 될거고.. 기왕 또 사는 거 이쁘고 제대로 된 걸 신고 싶은데.!

하지만 오늘 일정 중에 신발 사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이 있었는데, 그게 애프터눈 티다. 영국에 왔음 애프터눈 티를 먹어봐야지..라는 생각으로 보름동안 여기 놀러 온 친구들과 벼르다가, 오늘 드디어 애프터눈 티로 꽤 유명하다는 포트넘 앤 메이슨 (Fortnum & Mason)을 구글맵에서 찾아가 보았다. 사실 어제 찾아가보고 싶었는데 피카딜리 근처에 있다는 것만 아는 채로 헤매 물어물어 길을 가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의외로 이곳을 모르는 현지인들이 많으셨다.!


오늘 뽑아갔던 지도. [A]인 줄 알고 열심히 찾아갔지만 알고 보니 [H]가 포트넘 앤 메이슨이었다. 피카딜리 서커스에서 10분 조금 안 되게 걸어가다보면 왼편으로 금방 보인다.

주위를 자세히 둘러보지 않고 지나가다가 잘못하면 놓칠 수도 있을 정도로 눈에 띄지 않는 간판.


코벤트 가든에 조그맣게 있는 Wittard나 Tea Palace처럼 조그만 차 가게와 함께 있는 애프터눈 티숍이라고 생각했는데 건물이 무지 컸다.


쇼윈도에 있는 백조가 너무 예쁘길래. ^^;;


1층, Ground floor은


완전 차 백화점이었다.


여러 향의 차가 끝도 없이 쌓여져 있었고,


차를 마실 때 곁들여 먹는 비스킷 류도 많이 팔았다.


나는 차보다도 비스킷이나 저런 예쁜 통에 더 눈이 가더라 ^^;;

나머지 층에는.. 1층 (한국의 2층)에는 여러가지 접시와 찻잔, 주전자를 팔고 한쪽에는 The Parlour Restaurant가 있었다. 이곳은 애프터눈 티 세트를 따로 팔지는 않고, 선데 아이스크림 여러 종류와 스콘 (with clotted cream and jam), 케이크와 다양한 차를 팔았다. 4층에는 St James's Restaurant가 있었는데, 이곳에선 진짜 애프터눈 티 세트를 파는 듯 했다. 딱 2시부터 5시까지였었나? 아무튼 정말 afternoon에만. 그곳에서 제대로 먹어보고 싶었는데 식당 분위기와 메뉴들이 왠지 부담스러워 1층으로 내려와 Parlour로 갔다.


저기 저 보이는 동양인 웨이터분..! 나는 중국 사람이려니.. 생각하고 있었고 주문도 영어로 주고 받고 했는데, 차 나오기 전 우리가 떠드는 거 보더니 와서 "안녕하세요, 저도 한국 사람이예요" 하시는 바람에 완전 깜놀.ㅋㅋ 그 이후에 뭐 더 필요한 거 없냐고 물어봐주시고, 친구가 시킨 차에 대해 질문한 것도 잘 말씀해 주시고. 외국에 나와 한국어로 서빙받는 기분, 반갑고도 이상했다.


나는 Afternoon tea와 scone with clotted cream and jam을 주문했다!


차가 담겨진 teapot이 맘에 들었다. 한 사람 당 하나씩이었으니까, 자리에 앉아서 혼자 마신 양이 만만치 않았었다.


난 사실 초딩 입맛이라 아쌈차도 우유를 타줘도 설탕을 꼭 넣어마셔야지, 그냥 물에 우린 잎차는 잘 못 마시는데, 애프터눈 티는 향이 무척 좋았다. Teapot에 계속 들어있던 찻잎 때문에 끝으로 갈수록 떫어져서 우유와 설탕을 타야했지만 내가 첨으로 아무것도 타지 않고 향을 맡으면서 마셔본 차.!


그리고 요 스콘들은 하이라이트. 이제까지 스콘은 딱딱하고 퍽퍽한 빵..이라는 인식이 좀 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부드럽고 맛있던걸. 쨈 옆에 있는 것이 clotted cream. 첨엔 버터랑 다를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버터와는 비교할 수 없게 고소하고 신선한게.. 집에 와서 찾아보니 우유를 가열하면서 얻어지는 크림이라고 한다. 나중에 마트에서 안 파나 함 찾아볼 작정이다.

꼭 먹어보고 싶었던 애프터눈 티도 먹고, 그 이후에 옥스포트 스트릿으로 나와 Selfridge's 백화점에서 맘에 쏙 드는 컨버스 운동화도 샀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까 한국에서보다 2만원 비싸긴 하지만.. 괜찮아, 그만큼 열심히 신어줄게 ^^;;

아무튼 어딘가에선 삼단 트레이로 나온다는 제대로 된 'Afternoon tea set'는 아니었지만, 내가 즐길 수 있는 수준에선 최고였다고 생각하는 오늘의 티타임. 런던 나올 때 가끔, 선데 아이스크림이나 케이크 같은 다른 메뉴도 선택해서 하나씩 먹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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