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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Daily

손목시계

JEK Hong 2010. 2. 24. 07:13
오늘 드디어 한 달 넘게 가고 있지 않던 손목시계에 새로운 건전지를 넣어주었다.!
Egham에 시계 배터리를 갈아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건 애초에 알고 있었고,
현지 친구한테 근처에 시계 고치는 곳 없냐고 물었더니
일을 보려면 기차로 한 정거장인 스테인즈나, 너덧정거장인 윈저로 가야 한대서 귀찮기도 하고.. 은연 중에 손을 놓고 있었는가보다.

어제 오늘 그 놈의 헤어드라이기 때문에 스테인즈를 계속 왔다갔다 했는데,
(여긴 드라이기 사러도 기차 타고 나가야 해..ㅠㅠ)
오늘 퍼뜩 혹시 몰라 가방에 멈춘 손목 시계를 넣고 가봤더니 드라이기를 샀던 백화점에 Watch repair shop이 있는 거였다.
이 나라는 사람 손을 거치는 일이면 뭐든지 값이 나가니까 비싸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한국선 2만원 정도 했던 것보다 더 쌌다.
시계가 제대로 된 시간으로 맞추어져 잘 가고 있는 걸 확인하고 손목에 바로 찼는데 어찌나 든든한지, 그동안 왼쪽 손목이 허전해서 어떻게 돌아다녔나 싶다.

초등학교 1학년 땐가 아님 그 전인가 생일선물 or 어린이날 선물로 아빠엄마로부터 빨간 미니마우스 손목 시계를 받은 이후로,
시계는 아주 여러 번 바뀌었지만 난 이제까지 손목 시계를 빼고 다녀 본 적이 없다.
시계 차는 걸 까먹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세수하고 스킨 로션 바르는 것처럼 나에게 시계 차는 건 밖으로 나갈 준비의 자연스런 한 부분이다.

시계가 고장났을 때 처음엔 불편하고 허전했는데, 핸드폰으로도 시간 확인이 가능하고,
여기에선 뭐 한국에서처럼 약속도 막 없고 별로 바쁘지도 않으니까, 방에서는 탁상 시계가 있으니까.. 필요성을 못 느꼈는데 프랑스 다녀왔을 때 뼈저리게 느꼈다.
아날로그 시계가 없는 게 얼마나 불편한지를!

난 전자 숫자로 표시되는 디지털 시계를 잘 읽지 못 한다. 지금이 몇 시인지 궁금해서 핸드폰을 쳐다봤다가도 순간 시간을 확인하면 그 때 뿐, 다시 까먹는다.
단어를 쉽게 순간순간 찾아서 고 때만 이해하면 금방 까먹는다고 영어공부할 때 전자사전을 별로 권장하지 않는 것처럼.

하루하루는 결국 시간을 잘 다루면서 활용하면서 보내는 건데, 숫자로만 쓰여져 있으면 하루의 시간이 가는 게 잘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몇 시 차를 탈 때까지는 얼만큼 남았고, 이 시간 동안 난 뭘 해야하고..
디지털 시계는 나에겐 그냥 딱딱하다. 지금 '시각'을 숫자로 보여주기만 할 뿐이다.

시계속 열 두개의 숫자와 바늘이 만드는 공간의 이미지를 보면서야 시간이 얼만큼 가고 있고, 얼만큼 시간이 남았는지 확실하게 보인다.
그렇게 내가 지금 이 순간도 일 분 일 초 시간을 쓰고 있다는 걸 느끼면 이왕 쓰는 거 잘 써야지 하는 다짐도 하게 되고..
멍하니 한 것 아무것도 없는 거 같은데 벌써 밤 11시 12시, 잘 시간이 다가온 것을 가리키고 있는 시계를 보면서 반성도 하고.

다시 바빠지자.
일 분 일 초를 소중하게 쓰되,
내가 시간의 손바닥 안에.. 가 아니라 시간을 나의 손바닥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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