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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13~Jul.15


#1.

내가 이 책을 읽으려고 했던 이유는 


너무 집중을 못하겠고.. 학기 중에는 넘쳐나는 것처럼 보이는 해야할 것들 때문에, 그리고 어느 하나도 내가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실패감과 시간을 굳이 들인 만큼 성과를 (나 또는 누군가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내지 못했을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회피한다거나 하나에만 지나치게 폭발적으로 집중해서 갇힌다든지, 근데 그렇게 집중 상태로 들어갈수록 다른 할 일들이 기다리는 것 같아, 그걸 생각하면 시간 낭비 같아 몰입상태로 가도록 나를 놔두지 않아서.. 그리고 컴퓨터/예능이나 에브리타운을 놓으면 아날로그적인 것에 집중한다거나 혹은 진드감치 가만히. 다른 것을 할 생각을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


오랫동안 앓다가 지난 한 학기 동안 이런 나를 유난히 절감하던 중 방학이 시작하던 시기에 교보문고에 갔다가 제목을 보고 집어들어 펼친 챕터가 '화면 중독'.


망설임 없이 바로 질렀다.



#2.

이 책에서 예로 들고 있는 주인공들의 반 이상은 공감이 갔다.

스스로와 상사/가족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에 대한 약한 우울증으로, 화면 중독을 통해 자가치료를 하는 남자. 성취주의 부모님 밑에서 자라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각해내지만 성취/끝맺음으로 완성짓지 못하는 여자. 자기자신보다 남의 필요, 기대에 맞추어 움직이는 여자.



#3.

책을 읽으면서 나도 #1의 실패감을 화면중독(예능, 드라마..)을 통해 회피해왔다는 게 절감됐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좋고 나한테 안정된 것 같고 인간관계도 피했다. 관계 안에서 오는 여러 가지 에너지 소모보다 혼자가 편했고.. 이야기를 하고 들으며 밥 먹는 것보다 혼자 나에게 즐거움을 주고 걱정을 잊게 해주는 예능과 드라마를 보면서 밥을 먹는 게 더 좋았다.



#4.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너무 푸시해왔다는 걸 느꼈다. 내가 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짜놓은 계획에 내가 스트레스를 받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쉬어야 하는 시간도 머릿속에 정하고 (실제로는 그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뭘 하면서 쉴지도 정해놨다. 실제로 그걸 하면서 쉰 적은 없다. 쉬는 것도 쉬고 싶은 순간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계획을 짤 당시 내게 쉼이 될 것 같은 것으로..



#5.

어제부터 마음을 relax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해야할 것 같은 것, 해야하는 것으로 날 옥죄지 않고 해야하는 것이 옵션으로 있는 큰 틀 안에서 순간순간 나의 욕구에 귀를 기울이는 연습. 이제까지는 그게 안 되어 나의 욕구는 오로지 잠 뿐인 것 같은 생활을 해 왔었다.



#6.

건강한 식습관도 나를 돌보는 것 중의 하나.



#7.

인간관계도. 대화. 직접적인 만남.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 음악, 시, 에세이도 어울림 비타민을 얻을 수 있게 해 준댄다.


오빠가 하루하루 나에게 적어 준 편지들이 지금 혼자인 나에게 어울림 비타민을 제공해주고 있었다..


인간관계 회피하지 말자..



#8.

목표를 과하게 세우지 말자.


학기 중에.. 정확히는 학기 초에 적당한 계획을 세워서 조금씩 하면 생각보다 일이 금방 끝나고 머릿속에도 잘 들어왔다. 그러면 나에게 일차적으로 드는 감정은 성취감과 기쁨.


그런데 그건 잠시.. 불안했다. 나 제대로 한건가? 아니면 시간도 남고 뭔가 해낸 거 보면 목표가 너무 작았나? 내가 능력에 비해 일부러 목표를 덜 잡은 것 같고.. 그러면서 서서히 할 일을.. 감당해야 할 것과 부담을 스스로에게 지우면서 체계는 무너지고 실패감이 찾아오고 무력함.. 악순환.


나를 채찍질하고 더 많이.. 높게.. 100을 달성하려면 200, 150을 잡아서 해냈는데.. 이제까지 나도 모르게 행했던 이런 방식은 나에게 안 맞는 것 같다.


고등학교 내신, 재수 공부하듯 조금조금씩 내가 여유있게 할 수 있는 것을 르트러지지 않고 꾸준히.. 그렇게 하는 것이 나인 것을 알고 인정해 줘야겠다. 아빠목소리 지우기.. 


나는 충분히 쉬어가며 조금씩 꾸준히 하는 사람..(?)



#9.

노력은 필요하다.


책을 읽어도 논문을 읽어도 나의 언어로 만들어지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설명을 잘 못하는 게 너무 싫다. 그래서 대화도 피하게 되는데 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내가 무엇을 얻었는지 어떻게 설명하지.. 하는데 언어로 잘 옮겨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독서노트를 시작했다.


10시에는 기숙사에 가고 싶어서 중간에 불안해졌는데 지금 하기로 선택한 이 일을 끝내는데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불안할 때는 10시가 훌쩍 넘을 까봐 그랬는데 지금 10시 10분.. 10분 밖에 안 넘었다. 집에 가서 씻고 운동하고 기도하고 일기쓰는 시간이 있어 그 나중에 해야할 것들 때문에 이것에 집중하고 이걸 쓰는 자체가 맘이 불편했는데.. 미래의 할 일이 지금을 불안하게 하는 것 뿐이다. 


지금 하기로 마음 먹는 것을 못하게 만드는 것.. 시간 계산 하는 거..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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