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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의 마지막 날은 오름 두 개를 오르기로 했다. 두 개 모두 성산일출봉과 멀지 않은 곳으로 정했는데, 오빠가 여행 코스 검색 중 사진을 보고 멋있어서 용눈이오름을 고르고 나는 좀 덜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가진 않는 것 같은 오름을 하나 가보고 싶어서 찾다가 아끈다랑쉬오름을 골랐다.

 

첫번재 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용눈이오름이 서서히 드러나는데 크기가 정말 압도적이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는지 한 눈에 느껴졌다.

 

평지에 혼자 오롯이 서 있는 봉우리인 오름을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것은 갈대와 하늘과 내 발밑의 전경이었다. 산을 오르면 정상에 오르기 전에는 나무로 둘러쌓인 산길만 보이는데. 오름은 그렇지 않았다. 꼭 영국의 호수지방 트래킹을 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언덕을 오르듯 능선을 걸으며 눈을 조금만 돌려도 내 발밑에 광활환 자연이 펼쳐져 있는.

 

얼마 걷지 않았는데 오른쪽으로 저멀리 다랑쉬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이 보였다. 다음 목적지여서 괜히 반가웠다. 아끈다랑쉬오름이라는 이름은 다랑쉬오름의 아기버전이라 하여 아끈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었다고 한다.

 

저 앞에 온통 하얗게 핀 억새꽃.

 

 

앞을 보고 가다가 뒤를 돌아서 걸어온 길을 찍어보기도 하고.

 

능선의 스케일이 정말 압도적이다.

 

얼마 올라가지 않았는데 방목하고 있는 말들이 보였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코앞에 아무 울타리 없이 말들을 풀어놨다.

 

능선 올라오는 중간중간 말들이 못 빠져나가게 한다며 지그재그 문이 두세개 있었는데 그게 왜 필요했는지 이제 알았다.

 

말복지 최고ㅎㅎ

 

어느새 오름 정상에 올랐다. 바람이 정말 셌다. 온 머리카락은 하늘로 솟구치고 몸이 가눠지지 않을 정도였는데 이 곳에서 보는 제주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360도가 같은 듯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멀리 풍차도 보이고.

 

Lake district의 Cat bell에 올라 본 것만 같은 뷰. 제주는 호수 대신 초록빛 들판과 노랗고 하얀 갈대.

 

오름 등반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전경을 감상한 후 아까 저멀리 보였단 아끈다랑쉬오름으로. 가는 길이 왜인지 외져서 주차장이 있을까 했는데 다행히 주차장이 있었다. 주차장에서 내려 오름을 오르기 위해 가며 보이는 뷰는 그냥 뒷산 뷰. 뒷산이라기보다는 야산에 가깝다고 해야겠다.

 

 

올라가는 길이 잘 닦여있지 않았다.

 

용눈이오름은 크기도 커서 능선을 나선형으로 돌며 힘들지 않게 올랐는데 이 곳은 산의 능선을 바로타고 직선으로 정상까지 올라가야만 했다. 그래봤자 올라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5분 남짓이어서 충분히 갈만하다.

 

다 올라오자마자 눈앞에 펼쳐지는 정상뷰.

 

분화구와 그 주위가 온통 갈대밭이다.

 

규모는 작지만 대신에 정상의 분화구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억새꽃 만발한 가을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다.

 

분화구 가장자리를 쭉 따라 걸으면 억새와 하늘만으로 채워진 사진들을 얻을 수 있다.

 

어느 순간에는 아래 전경도 보이고. 저 멀리 성산일출봉도 보인다.

 

길이 아닌 듯 길 같은 곳을 따라와 보면 어느새 분화구 안으로 들어와있다.

 

저 위에 우리가 맨 처음 걸어온 길과 분화구를 따라 펼쳐진 억새밭.

 

여기서 늑대소년을 찍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기대했던 것보다 한적하고 눈호강하고 내려와 아쉬운 마음에 주차장에서 바라보고 마지막으로 찍은 아끈다랑쉬오름. 두 오름을 마지막으로, 가을의 제주를 흠뻑 느끼고 돌아간다.

 

11.Nov.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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