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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열차의 종착지에서 내리면, 고르너그라트 전망대가 보인다.



사방이 설산이다.



전망대의 탁트인 정면에는 웅장한 마테호른이 자리잡고 있다.

사실 tv에서 볼 때는 이게 왜 유명한지 왜들 다 좋아하는지 잘 공감이 안 갔는데,

직접 와서 본 마테호른은 스위스 어딜가나 볼 수 있는 다른 산봉우리와는 달랐다.

독보적인 높이와 깎아지른 모양도 따로 이름이 붙을 정도로 개성있고 웅장했다.



이 때에는 마테호른 주위를 구름이 빙 둘러싸서 열차를 타고 올라오며 본 것만큼 봉우리가 잘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항상 온전한 봉우리를 보지는 못 한다니까,

나는 저 경관보다는 트래킹 자체를 기대하며 왔기 때문에 덜 실망했던 것 같다.



우리가 얼마나 높이 올라와 있는지 보여주는 표지.



시간이 지날수록 걷히기보다는 산으로 몰려드는 구름떼.



전망대를 보고 내려오는 길에 만난 신라면박스들.



우리는 신라면 쿠폰을 따로 받아오지 않아서 할인은 받지 못했다.



기차에서 내리면 보이는 역사 안에 까페에서 파는 신라면.

신라면 두개에 사이다가 20.6 스위스프랑이었다. 한국돈으로 23,000원..



그래도 트래킹하기 전 배도 채우고 몸을 데우기에는 제격이었다.

한국을 떠나고 일주일만에 만난 라면도 너무 좋았다. 국물은 싸가고 싶었다 정말.


우리는 트래킹을 이 곳말고 한 정거장 도로 내려가서 시작하기로 했다.



Riffel호수가 있는, 올라올 때 지나쳤던 Rotenboden역에서 다시 내리기.



기차에서 내려 조금만 가면 마테호른과 마테호른이 비친 리펠호수를 만날 수 있다.



고르너그라트에서 본 모습과는 또다른 마테호른.

바로 더 가까이에, 거기에 그것을 비춰주는 호수가 신비롭고 웅장한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갔는데 이 호수는 사방이 진흙이어서 호수를 가까이서 보는 건 어려웠다.

호수로 가까이 내려오는 시간동안 구름이 전보다 좀 걷혀서,

오빠가 카메라를 들고 다시 뛰어 올라갔다. 호수에 비친 마테호른을 제대로 찍겠다며.




구름이 묘하게 뒤로 지나가면서 봉우리를 살짝 보여줬고,

아까보다 파란 하늘이 드러나니 호수에 비친 경관이 너무나도 예뻤다.



한참을 구경하고 트래킹 시작!

이 날 트래킹부터 우리는 날씨 덕을 많이 봤다.

선명한 하늘덕에 카메라로 어딜찍어도 초록 파랑. 눈이 즐거웠던 트래킹.



원래 일기예보에 이 날 체르마트에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린다고 해서 걱정하다가,

일단 그냥 감행한 트래킹인데 거짓말처럼 맑은 하늘.

오전엔 흐린듯 싶었지만 우리가 본격적으로 트래킹을 시작하던 시간은 하늘이 내내 맑음이었다.



산악열차 티켓과도 인증샷 찍기.



Rotenboden역에서 시작하는 트래킹은 그 다음역인 Riffelberg까지 가는 구간이다.

길도 험하지 않았고 산을 내려가는 길이라 힘도 별로 들지 않았다.




갓 초등학교를 들어간 것 같아 보이는 아이들도 동반한 가족들도 많이 있었다.




중간중간 나타나는 표지판.


트래킹이 너무 행복했던 건 산행 내내 여기저기 핀 야생화들을 마음껏 눈에 담을 수 있다는 거다.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걸음을 옮기면 물망초가 펴있고,

조금만 더 가면 할미꽃이.

이름모를 노랑 하양 분홍 꽃들이.



난 물망초를 엄마의 화분에서 몇 송이 핀 것만 보고,

길가에서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 야생꽃은 아니니.


여기 높은 스위스의 산 지대는 우리 나라 곳곳에 제비꽃 민들레가 피어 있듯,

그 대신에 물망초가 수도없이 흩뿌려져 있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꽃이 귀엽고 하늘색인 물망초인데.

오빠한테 스위스에서 트래킹하면 야생화 실컷 볼 수 있을 거라고 들어지만

그 야생화가 물망초가 될 줄은,

식물원도 아니고 화분도 아닌 산에서 물망초를 이렇게 실컷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곳곳에 귀하게 피어있던 물망초.

피어있는 모습을 보니, 어떻게 물망초에게 forget-me-not이라는 이름을 준 이야기가 탄생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것 같았다.



내가 쉴새없이 셔터를 누르게 한 또 하나의 꽃인 할미꽃.



우리 나라에서도 서식지가 많지 않아서 특정지역 축제에 가야만 야생으로 볼 수 있는 꽃인데.

곳곳에 피어 있었다.





예전에 어떤 사진사가 할미꽃 사진을 좋은 구도에 남기려고 이걸 꺾어다가 좋은 자리에 배치해서 사진을 얻어가 문제가 되었었는데.

내 눈에는 더없이 좋은 구도로 할미꽃 사진을 원없이 얻을 수 있었다.



조금만 꽃이 보여도 멈춰서 구경하고 사진찍고 하느라,

표지판에 써 있었던 고르나그라트-로텐보덴 트래킹 소요시간의 거의 두 배는 걸려서 내려간 것 같다.

기억이 안 나는데, 한 시간 반 정도 걸었나?




트래킹 내내 왼편으로 살짝 눈을 돌려 마테호른도 실컷 보고.

어느새 친해진 것 같은. ^^




넘나 예쁜 산길.



물망초도.


걷다걷다 보니 드디어 리펠베르그 역이 보인다.



산악열차를 다시 타고 체르마트로 내려가 베른으로 돌아가는 길.

체르마트는 시간이 없어서 구경을 별로 못 했다ㅠ






Visp에서 갈아타고 Spiez로 가는 구간이 참 예뻤다.

사진에는 담지 못했지만 Thun으로 가는 길도 호수를 내내 끼고 가는데 너무 아름답다.


나의 첫 스위스 트래킹.

처음에 일정을 들었을 때는 어떻게 내내 트래킹만 세번을 하냐.. 마을 구경도 좀 하자.

루체른도 가고 싶고 아기자기한 마을도 보고 싶다 했었는데.

너무 아쉬운 마음으로 루체른을 포기했었는데.

남은 트래킹들이 부담보다는 다른 곳은 또 어떨까 기대감에 부풀게 했던 첫 여정이었다.


다시 가고 싶어라.




June.29.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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