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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부모님과 함께 한 여행. 고등학교 때 가족 여행을 온 이후로 처음 와 본다. 봄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때여서 그런가. 차가 엄청나게 밀렸다. 수원에서 부안까지 거의 5시간을..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많아서 부안 내에서 어딜가든 만차에 주차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일단 어딘가에 들리면 시원한 풍경과 함께하는 이들과의 시간으로 순간순간 쉼이 된 이틀이었다.

 

채석강이야 너무나 유명하고. 바람을 맞으며 발 조심조심해가며 해식동굴이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형형색색인 암석들로 뒤덮인 이 곳은 다시 봐도 신기했다. 스팟스팟이 보일 때마다 예전에 가족 여행 왔을 때 사진 찍었던 곳인 듯한 익숙함이 반가웠다.

 

바둑판 모양의 돌들을 지나가면 금새 파도치듯 물결이 새겨져 있는 돌들.

 

서해는 뭔가 깨끗하지 않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여기 바닷물은 정말 맑았다. 바다의 청량함을 말하자면 적벽강을 꼭 이야기 해야한다. 전에 왔을 때 채석강에서 보트를 타고 바다 구석구석을 보는 투어를 했었는데 그 때 좌수영 세트장과 함게 적벽강을 본 기억이 나서 이번에는 육지에서 가보기로 했다.

 

굽이굽이 포장되지 않은 길을 가파르게 올라가니 주차장이 나왔는데 그 곳에는 유채꽃이 많이 심겨져 있었다. 바다를 배경으로 유채꽃 언덕. 한 켠에는 심은지 얼마되지 않은 유채나물도 있었다. 엄마가 유채나물 해먹었다고 할 때마다 상상이 안 갔는데. 꽃이 피기 전 어린 순을 먹는다는 것이 저걸 보고야 이해가 되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적벽강 해변을 볼 수 있는데 우리 모두 이 곳이 참 좋았다. 몽돌 해변인데 규모도 작아서 사람도 별로 없고 프라이벗한 느낌도 주고. 무엇보다 소다빛의 바다.

 

난 우리 나라에 이런 색을 가지고 있는 바다는 제주도에만 있는 줄 알았다. 내가 알던 서해와 동해의 이미지와는 또다른 이 곳 해변.

 

채석강 적벽강. 왜 바닷가에 강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궁금했는데 여기엔 그 설명도 써 있었다. 중국의 채석강과 적벽강의 모습과 닮아서 그 이름을 그대로 붙였다고. 이 곳이 아담한 건지 중국의 강 스케일이 거대한 건지.

 

우리는 자연 채집장에 온 것 마냥 신나서 한참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말미잘, 소라게 등등.. 아빠 말대로 여기 길을 쭉 걸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곰소염전도 기억에 남는다. 엄마가 노을이 질 때 가면 너무 낭만적일 것 같다고 했는데 아쉽게 구름이 많아 염전에 반사된 노을빛은 담을 수 없었지만 잔잔한 염전과 그 곳에 비친 주변의 반영은 왠지 모르게 한참을 가만히 바라보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한켠에는 열심히 만들어지고 있는 소금 결정들도 볼 수 있었고. 끼니마다 맛있는 것을 사먹고 아침에는 엄마가 준비해 온 흰 죽과 전 날 시장에서 샀다는 젓갈들로 든든하게 먹고. 다음에는 좀 한가하고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곳으로 갔으면 좋겠네.

 

30.April.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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