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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수업이 끝나고 캠퍼스를 감싸고 있는 가을 분위기가 너무너무 좋아서, 흐려지고 낙엽이 다 지기 전에 가을을 실컷 느껴보고 싶어 Virginia Water에 다시 들렀다. 전에 갔던 게 대충 보름 전이었는데 보름 후의 공원은 또 달랐다.
저번에는 저 길을 따라 쭉 30분이나 걸어가서 호수가 보이는 공원으로 직접 들어갔지만 길을 몰랐어서 30분도 너무나도 먼 거리였고, 그 길은 내내 옆에서 차가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전번에 갔던 길로 가지 않기로 했다.
(여기는 사람들이 젠틀하게 운전하는 것 같으면서도 저런 신호없는 길에서는 정말 무섭게 달린다..)
이렇게 쭉 나 있는 길 옆쪽에 조그만 게이트가 있었다. 몰랐으면 지나쳤을 테지만, 어떤 아저씨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다가 그곳으로 나오는 걸 보고 조심스레 열고 들어갔다. 아무 표시도 없어서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을 몰래 들어간 기분이었지만 그 후부터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카메라 셔터를 정신없이 누르게 했다.
건조하지 않고 적당한 기온에 습기가 있는 기후 때문인지 잔디도 부드럽고 흙은 무척 푹신했다. 그리고 가을의 상징, 저 낙엽이 온 숲에 떨어져 틈이 보이지 않는 땅.
계속 울창한 숲에 큰 나무들만 있어 특별히 길은 나 있지 않았지만 길을 가면서 중간중간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들을 꽤 볼 수 있었다.
친구가, 저렇게 나무끝이 아래 위로 휘어져 있는 걸 보면 외국에 왔다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나도 동감한다. :)
우리나라에서 단풍잎과 은행나무잎이 내는 아름다운 조화에는 비길 수 없지만 붉게 변하고 있는 나뭇잎들은 참 예뻤다. 이런 것에도 단풍이라는 표현을 써도 되나..? 낙엽이 지면서 고운 빛깔을 내는 건 사실인데 단풍이 물든다는 편보다는 곱게 시든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 사진을 보고 이걸 적으면서 생각해보니까 단풍잎이나 은행나무잎처럼 예쁘게 물들면서 지는 나무도 별로 없네. 설악산 가고프다 ^^
너무너무 예뻤던 하늘 빛깔. 이제 시간이 지나고 11월, 12월이 되면 저 예쁜 하늘은 회색 구름이 뒤덮여 버리겠지..... 그래도 다행이다. 난 여기 오면 정말 구름만 껴 있고 하늘은 절대 볼 수 없을 줄 알았는데.
한번쯤 찍어보고 싶었던 그림자 사진.ㅋㅋㅋㅋ 하지만 그림자가 운치있다기 보다는 배경이 훨씬 예쁘다.
어딜 봐도 숲.
어느 쪽으로 걸어도 온통 나무. 공기가 너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숲냄새, 숲공기를 담뿍 느낄 수 있어 무지 좋았다.
너무 고운 빛깔.
대충 호수공원쪽으로 방향을 잡아 끝도 없을 것 같았던 숲을 쭉 가로질러 오니 드디어 공원의 '메인' 산책로가 보였다. 이 길의 오른쪽은 전부 호수이고 백조와 갈매기들도 많이 있다.
해가 살짝 지고 있어서 그런지 붉게 물들고 있는 나무들과, 그리고 그것을 비추고 있는 햇빛과 호수.. 가을이 왔음을 더 실감할 수 있었던.
손을 대기만 해도 금방 깨질 것 같았던, 투명하고 예쁘게 물가를 그대로 비췄던 너무너무 예뻤던 호수. 친구가 찍은 사진을 보다가 카메라를 돌려 봤는데, 심지어 어느 것이 물에 비친 건지 헷갈릴 정도로, 그렇게 감쪽 같았다.
여기는 가까우니까 바람 쐬고 싶을 때 와서 봄, 여름, 다 기억에 담아 가고 싶다.
한국은 가을이 짧아져서 너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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