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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가장 오고 싶었던 이유.

1년간 머물렀던 Egham에 다시 가보고 오빠에게도 너무 보여주고 싶었다.

학부 생활동안 가장 여유있게, 평화롭게, 동네와 거주지에 마음을 붙이며 안정감있게 생활한 유일한 곳.



Egham을 가기 위해서는 Waterloo역으로 가야한다.

2009/10 내내 Egham에서 런던을 오갈 때 발이 닳도록 들렀던 곳.



South Western Railway를 타야하는 것,

Egham을 가기 위해서는 꼭 Windsor&Eton행을 타야하는 것. 그렇지 않으면 Egham은 지나치고 큰 역만 들리는 것.

플랫폼 중 가장 마지막 플랫폼에서 기차를 타야했던 것.

공들여 찾지 않아도 하나도 잊어지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고 기억하는대로였다. 변한 것이 하나도 없음.


Staines에서도 내려서 걷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그러진 못했다.



Egham역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Egham의 High street으로 갔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왔던 Tesco.

당시 좀 살던 동네에 들어서 있던 Waitrose가 Tesco 바로 건너편에 생겼다.

예전에는 Waitrose에 가고 싶으면 Staines로 굳이 가야했었는데.



Tesco를 찍고 다시 돌아가는 길.

오빠도 정신없고 랜드마크가 들어찬 도시 분위기의 런던보다

이렇게 정말 영국스러운 작은 마을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했다. 와봐서 너무 좋다고.


Tesco에 들어서 뒤돌아서 이 길을 보는 순간 나의 근 10년간의 영국앓이는 Egham앓이였음을 깨달았다.

따뜻하고 정겨운 이 곳. 이 곳에서의 생활.

런던이 좋았지만 생~각보다 감동스럽게 반갑지 않았어서 이상했다구.ㅠ



조심조심 기억을 더듬어 익숙한 길 이름이 써 있는 간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길 표지마다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런던에서 돌아올 때 Egham역에서, 혹은 장을 보고 Tesco에서 학교 가던 길,

작은 마당을 품고 있는 예쁜 집을 구경하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롭게 심어지는 꽃도 실컷 보고,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저 집 뒷편에는 어떤 정원이 숨겨져 있을까 상상도 하면서 길을 걷는 것이 행복이었는데.



길마다 내가 유난히 좋아했던 집들도 그대로였다.

요 위에 집은 하트무늬가 있는 저 창문 색이 달라졌다.



요 집은 주인은 한번도 본 적이 없지만 저 네모난 공간에 둘러져 심겨 있는 꽃이 정말 부지런하게 바뀌어서

가장 좋아했던 집이었는데. 울타리에 수목이 심겨져 예전보다 집을 잘 구경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Royal Holloway.

뒷편 문을 지나 조금만 걸으면 내가 살았던 기숙사 건물, Tuke hall이 보인다.



Tuke hall F동, 2층의 오른편 플랫.

방에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부엌은 창을 통해서 볼 수 있었다.



가장 애정했던 나의 숙소.



Royal Holloway의 메인 빌딩.

수풀 사이로 살짝 비치다가 탁 트인 공간이 나오며 눈 앞에 장엄하게 펼쳐지는 Founder's building.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면 양옆 잔디밭에 수없이 많은 수선화가 피어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오빠가 저 곳을 보며 흥분해서 사진 찍어달라고 가는 중.

왜 내 사진은 찍을 생각을 안 했지ㅠ 아쉽ㅠ



꽤 많이 걸었던 우리.

이 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Founder's building 건너편에 새로 생긴 듯한 회관에서 커피를 사 마시며

앉아서 한창 쉬었다.


그 이후에는 여기 있을 때 bible study를 해주었던 Veronica 아주머니와의 만남.

그 때처럼 이 곳으로 픽업을 해주셨고 Robert 아저씨까지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식사 전후로 내가 너무 좋아했던 그 집의 뒷 정원에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선물로 가져갔던 부채와 엄마표 홈메이드 생강청도 너무 좋아하셨다.

추석 즈음해서 메일을 좀 보내야겠다.


런던 일정 중 많은 곳을 갔지만,

나에겐 일정의 전부와 다름 없었던 이 곳에서의 시간들.

나중에 혹시 아이들과 다시 오게 되면 런던을 구석구석 보지 않더라도 이 곳은 꼭 다시 와야지.




June.26.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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