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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den of France라고 불리운다는 Touraine, 뚜렌지방. 프랑스 중부에 위치해 있고 파리에서 기차로 1시간 반에서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루아르 강, 셰르 강, 인드레 강이 흐르는 이곳은 프랑스의 역대 왕들이 세운 성이 많은 곳이기도 하단다. 나의 이번 여행의 목표는 고성 탐험 ^^ 핵심을 말하면 이쁜 건물 사진을 많이 찍고 프랑스의 지방도시의 매력을 담뿍 느끼고 오겠다는 게 목표였다.

4박 5일 간 나의 base city는 Tours, 뚜르. 뚜르 공항과 연결되는 몇 안 되는 공항 중 런던의 스탠스테드 공항에서 라이언에어가 운항을 하기 때문에 나는 저렴한 가격으로 왕복할 수 있었다. Egham에서 스탠스테드까지 가는 게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지만 그것도 여행의 일부로 기쁘게. 여행 도중 만난 중국인 친구가 기차를 타면 쉽게 올 수 있는데 뭐하러 저가항공을 타고 왔냐고 했지만, 몸이 조금 더 고생했을 때 아낄 수 있는 돈을 생각하면..!

4시 반 정도에 빅토리아 역에서 코치를 타고 스탠스테드 공항으로. 아침 8시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동안의 비행 끝에 뚜르 공항에 도착. 공항은 무지하게 작았다. 우리 나라 홈플러스보다도 작은 규모. 라이언에어만 취항하는 가보다. 라이언에어가 도착하면 30분 후에 시티 센터로 가는 버스가 출발한다. 이거 못 타면 시내로 못 가는 거다.. 한 번 가는데 5유로. 나는 현금지급기에서 빼서 쓰려고 환전을 하나도 안 해갔는데 공항에 ATM이 없었다. 공항 직원분이 버스 기사 아저씨한테 얘기해줄테니 시내로 가서 돈 빼면 드리라고 하셨는데 막상 도착했을 때 버스기사 아저씨가 그냥 가라고 해주셨다. 이렇게 뚜르에서 나의 첫 출발은 훈훈. ^^ 훈훈한 마음을 안고 캐리어를 끌고 시티 센터에서 지도를 들고 찾아가며 숙소에 도착했다.
                                                                                               

일주일 전에 미리 예약해 둔 이곳은 Auberge de Jenesse du Vieux Tours.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챙겨 준 뚜르 시내 지도에도 크게 표시가 되어 있는 곳이다. 여기는 도미토리는 없고 1인실, 2인실, 3인실이 있는데 Ensuite은 아니고 공동 샤워실을 이용해야 하지만 방마다 세면대는 있어서 저녁에는 번거롭게 나가서 씻지 않아도 되었다.

이불과 새로운 이불 커버, 베개 커버가 있고 책상까지 있는 것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첨부터 약간 맘에 걸렸던 것이 너무 어두운 조명이었다. 처음에는 멀리까지 와서 혼자만의 좋은 숙소를 가진 것 같아 좋았는데 사진에서도 보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수용소에 격리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조금 받았다ㅠ

복도도 깜깜하고 한참 걸어가서 있는 스위치를 켜면 금방 꺼져서 아침에 샤워하러 갈 때랑 아침 먹으러 나갈 때 무지하게 무서웠다. 아침 식사는, 체크인할 때 코팅된 쿠폰을 주는데 아침마다 그걸 내고 먹는다. 바게트 빵과 파운드 케잌, 커피와 우유, 쥬스, 햄, 과일 등. 부페식이므로 마음껏,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뚜르 시내에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풀었던 게 오후 한 시 정도 되었으니까, 잘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물론 남은 기간동안 부지런히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일찍 자야했지만. 4일은 성 구경하러 다른 곳으로 나갈테니 첫날은 뚜르를 걸으면서 이곳을 구경하기로 했다.


숙소는 루아르 강변에서 별로 멀지 않았다. 한 블럭만 더 가면 루아르 강이 보인다. 템즈 강도 그렇고 센느 강도 그렇고.. 아일랜드의 리피 강과 프라하에서 봤던.. 이름이 기억 나지 않는 강들. 외국에 나와서 강을 볼 때마다, 한강은 정말 크다는 생각이 든다.

중세 때부터 이곳에 성이 많이 세워진 이유가 이해가 갈 듯 하다. 성 5개를 돌면서 벌써 세 개의 다른 프랑스의 강을 보고 왔으니.


강을 구경하다가 강바람 때문에 으슬으슬해져서 다시 거리로 나왔다. 시내에서 숙소로 걸어올라왔던 길과 다른 길로 내려가면서 구경하려고 한다. 나는 이곳 신호등이 참 마음에 들었다. 깔끔하고 동글동글하게 아담하게 생긴 게. 눈에 띄었던 특이한 점이 사진처럼 자동차 신호도 횡단보도 신호와 같은 기둥에 달려있었다. 그래서 도로에는 깔끔하게 가로등만 줄지어 있다.

난 처음에 그걸 모르고 차들이 달려오다 서거나, 서 있다가 갑자기 달려가면 계속 두리번 거리면서 자동차 신호가 어디 달렸는지 찾았었는데. 횡당보도 신호를 그렇게 보고 다녔으면서도 자동차 신호등이 같은 곳에 달린 줄은 영국으로 돌아오기 하루 전에 알아버렸다. ^^;;


시내로 내려 걸어가기 위해 방향을 꺾자마자 뚜르 성이 보인다. Chateau de Tours. 여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지, 론리플래닛에도 없고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준 지도에도 특별한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 볼까 하다가 직원인 듯한 사람들이 차를 타고 왔다갔다 하고 있어서 들어가진 못했다.


길을 내려오다가 Cathedrale St-Gatien과 만났다. 뚜르편 론리플래닛에서 소개한 여러가지 명소는 거의다 박물관이었는데 유일하게 박물관이 아니었던 두 가지 중 하나. 거기다 처음에 론리플래닛을 읽을 때 한 번 보고 싶던 것이었는데 잘 됐다. 13세기에 지어져서 16세기까지 인테리어와 보수공사가 계속 되었다고 한다. 스테인드 글라스가 참 멋있다는데 보다시피 공사를 하고 있기도 했고 열지 않아 아쉽게 보지는 못했다. 다른 사진들은 골목골목, 뚜르 거리. 여행 중 골목길을 참 많이 다녔는데 영국과는 또다른 외국 분위기가 물씬. 5일 내내 골목길을 다니면서 받은 내 인상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지.. 생각하다가 결국 '프랑스스럽다'로 결론을 내렸다. 창피한 나의 표현력이지만 나한테는 가장 최선인 표현이었다. ^^;; 나만 느끼면 됐지뭐. 내 딴에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다.!


이렇게 골목 골목을 구경하면서 쭉 내려와 공항에서 출발한 버스에서 내렸던 정류장의 바로 건너편에 있는 기차역으로 갔다. 이제 이곳저곳 성을 구경하려면 버스와 기차를 이용해야할텐데 똑같은 종착지에 대한 기차요금이 버스요금의 적게는 3배, 많게는 5배까지 비싸서 기차역은 거의 이용할 계획이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기차역에도 들르고 건너편에 있는 작은 컨테이너 박스같은 버스(filvert)역에도 들러서 앞으로 내가 둘러봐야 할 곳으로 가는 기차와 버스 시간표를 수집했다. 인포메이션 센터와 호스텔 리셉션에서도 성에 대한 블로셔를 모았다. 버스와 기차 시간표는 영어가 아니어서 이거 읽느라고 저번 학기 때 불어를 배웠던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불어로 뭔지와 전치사까지 물어가면서 시간표를 해독했다. 처음에는 막막했는데 하루이틀 다니면서 잘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정말정말 유용했다.


저녁은 호스텔에서 스파게티를 해먹으려고 파스타와 스파게티 소스를 사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 뚜르는 운전하기 복잡할 거 같은 게, 이곳은 교통이 one-way system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곳만 해도 도로 중간에 이렇게 큰 광장이 있고 양쪽은.. 오른편 도로는 위쪽으로만, 왼편 도르는 아래쪽으로만 통행이 가능했다. 아, 이 광장은 마켓이 서는데 내가 뚜르에 온 둘째날에는 비가 왔는데도 꽃시장이 서서 화분과 꽃을 많이 팔았다. 화분과 꽃만 보면 구매 충동이 마구 일어나는 나지만, 캐리어를 끌고 비행기를 타고 집에 돌아가야 하는 나의 처지를 생각하며 기분좋은 풀, 꽃 냄새만 맡으면서 돌아갔다.


왼쪽 사진은 뚜르의 Grand Hotel, 오른쪽은 법원. 왼쪽의 호텔에 대해서 설명은 찾을 수 없었는데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얻은 두 개의 뚜르 지도에선 이곳에 다른 명소와 같은 급으로 표시되어 있어 사진을 남겨봤다. 건물 입구 쪽은 거인이 건물을 떠받들고 있는 듯한 조각이어서 흥미로웠는데 이것 때문에 처음엔 경찰서나 법원인 줄 알았었다.

첫날은 이렇게 뚜르 시내 구경으로 끝이 났다. 사진을 보니 날씨는 엄청나게 좋았더만. 이 사진들을 찍는 내 심경은 언제 네 밤 자고 집에 돌아가지.. 하는 우울하고 외로운 심정이었다. 혼자 여행왔지.. 핸드폰도 영국와서 산 제일 싼 핸드폰이라 뭐 게임도 없고 로밍해온 거 땜에 문자, 전화도 못 하지.. 컴퓨터도 없지.. 호스텔에서 인터넷을 해도 한글이 아예 보이질 않아 메일 검사나 싸이도 못 하지.. 아무것도 없이 혼자 똑 떨어져 있어본 게 처음이라 어휴 이 때의 내 기분을 생각하면 지금도 우울해지고 어떻게 5일을 보냈나 싶다 ^^;;

하지만 한 친구의 표현으로 어디에 떨어뜨려놔도 살아남을 수 있는 나는, 다음 날 당장 기분을 회복해서 프랑스 지방도시의 향내에 흠뻑 취해 정신없이 4일을 돌아다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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