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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7시에 기상. 준비하고 밥먹고 어쩌구 하니 뚜르 기차역에 9시에 도착했다. 어제 버스역에서 앙부아즈 가는 방법을 물으면서 Blois(블루아)도 버스 타고 갈 수 있냐고 물었었는데 블루아는 기차만 간댄다. 다행히 가자마자 바로 9시 8분 기차가 있었다. 기차비는 무지하게 비싸다. 왕복 19유로.


30분 정도 걸려서 블루아에 도착. Blois라는 이름이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난 블루아라는 이름이 괜히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블루아 기차역이나 마을에서 통일된 네이비 톤의 지붕색과 마을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아 성을 구경하고 나온 후 한참을 걸어다녔었다.

 

여행하는 내내 성을 찾아다니는 건 어느 마을에서나 전혀 어렵지 않았다. 쉬농소나 샹보르처럼 대중교통이 성 앞으로 딱 데려다 주지 않는 경우라도, 'Le Chateau'라며, 성의 위치와 관광 인포메이션 센터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서 저것만 놓치지 않고 잘 따라가면 되었다.

낯선 곳에 여행을 왔을 때 인포메이션 센터는 여행객에겐 생명이나 마찬가지다. 이번에 프랑스에 왔다가 느낀 거였다. 특히 나처럼 한 도시에 말뚝 박고 하루하루 기차, 버스를 타고 멀리 나가서 구경하고 오는 경우에는 더.

투어를 신청한 게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찾아다니려면 교통정보나 가는 방법 등등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이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차역이나 버스역에서 직접 물어볼 수도 있지만 영어가 쉽게 통하지 않는 지방도시라면 의사소통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깐.







20분을 걸었나.. 출근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에 차들이 많이 다녔다. 가다보니 차도 바로 옆쪽으로 높게 우뚝 솟은 건물이 보이는데 범상치 않다. 바로 옆에 차가 달라고 있었어서 저게 블루아 성인가 의심하면서 일단 사진을 찍었다. 알고보니 성이 맞아서 다행이다. 나중에 성 구경을 다하고 기념품점에 들렀을 때 블루아 성이 찍힌 엽서는 딱 저 사진이 많길래 무지하게 흡족. 저 성벽을 따라 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블루아 성 입구가 보인다. 이른 아침이었어서 성 바로 옆 길에 있던 인포메이션 센터도 열지 않았고 성에 들어가서는 관광객이 나 뿐이어서 편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성의 전체적인 모양은 한면의 가운데가 약간 터진 사각형이다. 표를 사고 성으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게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 앙부아즈 성처럼 블루아도 한번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건물 부위마다 다른 시대의 양식을 따르면서 날개를 붙이고 붙여 지금의 모양으로 완성이 된 것이다. 중앙에 서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건물을 둘러보면 13세기부터 17세기의 건축물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난 건축에 대해선 하나도 모르지만 성을 둘러보면서 배우는 재미가 쏠쏠했다.















맨위 첫번째, 가운데 조그맣게 낀 건물이 13세기 형 고딕양식. 그 오른쪽은 1498년부터 1503년에 만들어진 Flamboyant라는 양식이랜다. 이 건물에는 Art Museum이 있다. 아래의 왼쪽 사진에서 계단이 있는 저 건물면. 저게 르네상스 양식이다. 1515년에서 1524년에 만들어졌다.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았지만 전통적인 프랑스형 건물이라고 한다. 성을 구경하는 내내 저 계단이 너무 맘에 들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을 때 창문에서 계단이 보일 때마다 얼마나 사진을 찍어댔는지 모른다. 마지막은 1635년에서 1638년에 만들어진 고전주의.


같은 서양이고 중세를 주름잡던 나라라 하더라도 영국과 프랑스는 이런 건축이나 내부 인테리어 등에서 정말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 윈저성처럼 투박한 돌들을 쌓아올려 완벽한 요새처럼 만들거나 버킹엄궁처럼 반듯반듯 심플하고 깔끔하기만한 영국에 비해 다채롭고 예뻐서 마구마구 사진을 찍고 싶은 프랑스의 성이 난 더 좋지만 내부는 내 예상과 많이 달랐다. 가구나 벽면, 바닥의 문양 등이 왠지 모르게 동양에 가깝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뭐하나 여백없이 어느 방이나 반복적인 문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성을 구경하고 나와서 한참 더 내려가 구경한 블루아 거리. 차도도 골목도 좁아서 건물들이 서로 바짝 마주보고 있었다. 그리고 길을 가다보면 오른쪽 두 개의 사진처럼 아주 오래된, 용케 현대의 건물들 사이에서 그대로 보존된 건물들이 틈틈이 모습을 보인다. 흙벽에 나무로 장식된 저 건물은 15세기에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저 문은 골목길을 걸어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건데, 문 옆쪽에 이 문의 역사를 소개하는 고급스런 문패가 달려있다.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보존되면서 지금은 블루아 시의 소유로 되어 그곳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언뜻보면 현대의 건물 사이사이에 비치는 중세의 모습이 약간 쌩뚱맞기도 하지만 그 오랜 세월을 버티어 와 보존된 그 생명력이 감탄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맨 왼쪽은 Cathedrale St-Louis. 론리플래닛에 소개 되어 있길래 들어가보려 했지만 잠겨 있었다. 가운데 사진은 Maison des Acrobates라는 건물인데 제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15세기의 집이라고 한다. 맨 아래는 가게같았고 맨 위는 빨래가 걸려 있는 게, 아직까지도 사람이 사는 듯 했다. 맨 오른쪽은 블루아에서 찍은 사진 중 내가 젤 좋아하는 사진. 건물의 크기에 꼭 맞는 적당한 크기의 지붕과 야무지게 붙어 있는 창문. 그리고 저 통일된 네이비 톤의 지붕. 블루아 거리를 생각하면 아직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저 사진이 내가 블루아에 대해 가지고 있는 딱 그 이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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