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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아를 구경한 후 다음 목적지는 Chambord(샹보르) 성. 하지만 이곳은 버스시간표나 기차시간표에 나와 있지 않아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는 방법을 물어보려했었다. Lonely Planet에도 샹보르성과 슈베르니성 등등은 대부분 블루아랑 연결이 된다고 해서. 블루아 성에 들르기 전에 인포메이션 센터에 잠시 갔었는데 아직 열지 않아 막 발길을 돌리려는 때 막 출근하시는 분이 30분 후에 오면 된다면서 뭐 때문에 왔냐고 물었었다. 샹보르 궁전에 가는 방법을 알고 싶다니까 샹보르 가는 건 택시타는 것 밖에 방법이 없댄다. 헐.. 택시면 얼마야.. 왔다갔다.....

그 얘길 듣고 블루아를 구경하는 내내 샹보르에 가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는데, 그래도 혹시 몰라 인포메이션이 연 시간에 다시 가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봤다. 데스크에 보니 블루아, 샹보르, 슈베르니를 연결하는 기차도 소개되어 있고 나에게 정보를 주신 직원 분은 샹보르 가는 버스 노선표를 주면서 들어가는 시간과 나오는 시간을 동그라미해서 주신다.

아침에 택시밖에 방법이 없다고 알려주신 분의 정체가 아직도 궁금하다..; 샹보르로 가는 버스는 오고 가는데 2유로씩, 왕복 4유로였다.

버스역은 블루아 역을 바라보고 오른편에 있다. 샹보르는 'Route 41'이라는 이름의 버스 중, 2번 라인버스를 타면 된다. 12시 29분에 출발해서 오후 1시 5분 쯤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중 창밖에 영화관이 잠시 보였었는데 개봉 영화 중 우리 나라 영화 '마더'의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순간 기분이 좋아져 사진을 찍으려는데 멈춰 있던 버스가 슝= 전원을 켜고 정신없이 셔터 속도 맞춰서 찍으려고 했는데 렌즈캡을 당황해서 빼지 않아 결국 사진은 찍지 못했다ㅠ




이제까지 들렀던 블루아와 앙부아즈는 꽤 번화한 시내 안에 있었는데 샹보르는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었다. 성 주위에는 큰 운하, 넓은 평원과 공원이 있었고 주위에 다른 건물은 자그마한 기념품 가게와 호텔 밖에 보이지 않았다. 버스는 샹보르 성 뒷쪽 기념품점과 숙소들이 있는 곳에 바로 내려준다. 성을 반 정도 돌면 샹보르성 정면이 나온다. 정말 크고 화려하다. 5일 통틀어 본 성 중에 가장 크고, 가장 화려하고, 가장 웅장한 곳이었다. + 건축 공부도 참 매력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해준 성이기도 하다. 성의 외관을 여기저기 구경하고 성 내부 테라스, 계단, 방 하나하나, 그리고 홀과 조각 하나하나를 보며 건축 공부를 하는 사람이 오면 내가 보는 것보다 더 경이로울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 버스에서 내려 입구까지 가는 길에 베이징에서 건축공부를 하고 있다는 중국애를 한 명 만났다. 3주 째 프랑스 여행을 하고 있고, 내일이면 프라하에 갔다가 중국에 돌아간다고 했다. 표를 사고 오디오 가이드를 받는데 어디서건 오디오 가이드는 영어를 선택해서 들어야 하는 나는 일본어 가이드나 중국어 가이드가 있던 없건 상관 안 했었는데 중국어 가이드 있다고 그거 받아들고 좋아하는 그 애를 보면서 부럽기도 했다. 전체적인 구경은 같이 안 했고 중간 중간 마주치면 건축에 대한 설명도 해줬다. 불어가 꽤 유창한 이 아이는 집에 돌아가는 길엔 나의 은인이 된다ㅠ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디자인했다고 추정되는 Spiral Staircase. 이중나선 계단이다. 이걸 말로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두 개의 계단이 나선형으로 엇갈려 있는 헝태다. 가운데 사진은 이중나선 계단 중간에 들어가서 하늘을 보고 찍은 사진. 성의 정중앙 부분인데 꼭대기가 뚫려 있나보다. 사방으로 나 있는 창문으로는 서로 다른 방향의 계단으로 걸어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갔을 때는 한 쪽은 아예 못 가게 막아놓았었다.


방을 모두 구경하며 올라 오게 되는 맨 마지막 코스, 테라스. 여기서 볼 수 있는 건 지붕들이다. 보다시피 뭐 하나 똑같이 생긴 게 없다. 돔지붕 주위에 솟아있는 저것들은 죄다 굴뚝이다. 성의 장대한 크기와 많은 갯수의 방만큼 벽난로도 무지하게 많다. 옛날 저 벽난로와 굴뚝을 청소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테라스 정면으로 보이는 풍경. 가슴이 확 시원해지는 게, 이 성을 지으라고 명령했다던 프랑수아 1세가 이곳에 서서 저 멀리까지 바라보면 정말 '세상은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해 보였다. 샹보르의 건설을 명했던 프랑수아 1세는 정작 완공을 보지 못했고 뒤를 이은 앙리 2세와 루이스 9세가 이곳에서 사냥을 즐겼다고 한다.


테라스에서 내려와 성의 뒷쪽으로 걸어가면서 찍은 사진. 어느 성이나 자연적으로든 인공적으로든 큰 운하가 빠지지 않는다. 또 이런 운하가 있기에 성과 그 주위의 풍경이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일 거다. 성을 위에서 내려다 본 조감도나 사진을 봐야 이해하기 쉽게 맞아 들어가는 설명이지만, 이 성은 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구조와 크기 모양과 배치가 정확하게 설계된 건축물이라고 한다. 정사각형과 십자형태 모든 것이 딱딱 들어맞는 구조로. 엄청난 양의 돈을 어쩜 그렇게 정확하게 깎아 기계도 없이 오직 사람의 힘으로 저것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는 게 경이롭다.


이 날 날씨는 참 이상했다. 구름이 낮고 짙게 깔려 있으면서도 하늘을 전체적으로 덮고 있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구름 무리가 계속 방향을 바꿔서, 예쁜 하늘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찍을 때는 구름이 내 뒤쪽에 있어서 빛을 못 받아 성이 어둡고,


성 반대편 구름이 개어서 성면이 좀 밝게 나온다 싶으면 배경은 어느새 옮겨간 구름 때문에 흐렸다. 아, 샹보르성은 1519년에 착공되어 15년에 걸쳐 완공되었다. 프랑수아 1세는 32년 간의 재위기간 중 단 72일만 이곳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중세시대 때는 사냥터였을 넓은 공원. 나있는 길마다 모두 걸어다녀보고 싶었지만 버스 시간은 1시간 뒤로 다가오고 그걸 놓치면 숙소로 돌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몸을 사리느라 돌아가지 못했다. 샹보르성와서 만났던 중국애는 계속 나한테 버스 내려줬던 데서 타는 거 맞냐고 확인하고 나는 당연하지 않겠냐고 마음을 놓고 있었지만 그냥 왠지 불안했다. 하지만 인포메이션 센터도 닫았고 기념품 점에서 물어보려니 다들 영어를 안 하시는 분들이라 물어볼 용기도 안 나서 샹보르 근처를 서성거리고만 있었다.


가운데 있는 사진 속의 나무들은 프랑스에서 처음본 나문데 일반 주택 마당에도 있고 왠만한 공원에도 많아 무슨 나무인지 궁금했었는데 저게 보리수 나무라고 한다. 특이하게 생겼다. 꼭 쥔 주먹 사이사이로 가시가 돋친양. 어떤 집의 보리수 나무는 저 잔가지들이 죄다 싹둑 잘라져 있었다.

그렇게 서성이면서 몇 분 정도 지났나 중국애가 나를 발견하고 막 뛰어왔다. 현지인에게 물어보니까 돌아가는 버스가 아까 그곳에 서지 않는다고. 그거 듣고 나를 계속 찾아다녔다는 거다. 올 때는 성 바로 앞에서 내려줬는데 (이곳에 버스 정류장 표시가 하나도 없긴 했다.) 돌아가는 곳은 성 근처에서 조금 떨어진 길가에 있는 저 버스 정류장. 얘가 나 안 찾아냈으면 나는 버스 놓치고 당황하고.. 집에 못 돌아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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