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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지막 날..!! 오늘도 아침일찍 일어나 아제르리도를 가는 9시 기차를 타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아제르리도에 다녀오는 동안 호스텔에 당연히 짐을 맡길 수 있을 줄 알고 체크아웃을하러 가방 다 싸고 내려갔는데 짐을 맡기는 게 안 된댄다. 무슨 호스텔이.. -_- 거기다가 체크아웃은 10시까지라 꼼짝없이 짐을 들고 다녀야 하게 생겼다. 8시 반 정도에 나왔는데 인포메이션 센터는 9시에 문을 연대서 일단 대책없이 그 앞에서 기다렸다. 비행기 시간은 오후 6시 반인데, 짐을 끌고 그 때까지 뚜르 시내에서 방황할 자신도 없고. 시내에 짐을 맡길 수 있는 곳을 물어볼 작정이었다. 9시가 되자마자 인포센터는 문을 열고 짐을 맡길 수 있는 곳을 알려줬다.

인포메이션 센터가 열기를 기다리는 동안 + 짐을 맡아 준다는 곳으로 가는 동안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날은 호스텔에 짐을 맡기고 아제르리도에 갔다가 마지막으로 시내를 구경하고 가방을 찾은 다음에 공항 버스를 기다리면서 책을 읽고 있어야지.. 하는 내 계획은 아침에 호스텔의 룰 때문에 산산 조각이 나면서 다 틀어져버렸다. 4일 동안 쉬지 않고 계속 돌아다녀서 몸과 마음에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 그냥 버스 올 때까지 8시간 버스역에 죽치고 앉아서 책이나 읽을까.. 이 생각이 들면서 점점 몸이 쳐졌다.ㅠ 그래도 이왕 온 거 8시간을 흘려보내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을 정했다. 짐을 맡겨 주는 곳이 너무 비싸면 남은 시간 책이나 보고 값이 괜찮으면 아제르리도에 가기로.

이 날은 더군다나 이상하게 날씨가 추웠다. 바람도 많이 불고. 짜증나는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겨우 짐 맡아주는 곳을 찾아 문을 열면서 내심 보관료가 비쌌길 바랬다. 다 귀찮았나보다 ^^;; 근데 보관료는 시간 상관없이 무조검 2유로.. 하늘의 뜻이구나. 그냥 기차 타고 가자.. ^^;;


아침에 놓친 기차 다음으로 아제르리도에 가는 기차는 열 두시 반에. 두 시간 정도가 남아서 뚜르 시내를 방황하다가 추워서 버스역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기차표를 사러 갔는데 그동안 민망해서 못했던 불어 발음.. 마지막으로 함 해보자 하고 'Azay-Le-Rideou'의 R을 그동안 눈치로 들어뒀던 프랑스식 'R' 발음으로 표를 샀는데 알아들으셨다 유후~


아제르리도역 도착. 이곳에서는 성까지 꽤 멀었다. 걸어서 30분 정도 되었던 것 같다. 기차역에 너무 외진 곳에 있어서 당황했는데 아제르리도 지역 지도가 크게 세워져 있어서 그걸 보고 감으로 방향을 잡고 일단 가야했다. 5분 정도 걸어가니 다행히 'Le Chateau' 표지판이 나와서 그대로 따라 들어갔다.


아제르리도도 번화하지 않은,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주말이어서 그런가 정말 사람 하나 없었다.


드디어 아제르리도 성에..!


내가 도착했던 시간이 1시 반 정도였는데 막상 가보니 문이 굳게 닫혀있다. 나 말고도 성 앞까지 왔다가 닫혀 있는 문을 보고 발길을 돌린 사람이 많았다. 매표소 앞에 붙어 있는 공지를 보니 토요일은 중간에 닫았다가 두 시에 다시 연댄다..


갈 곳도 없고.. 그냥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내가 좋아하는 골목길 사진을 찍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입장. 입장하면 바로 보이는 모습이다. 이곳 성도 역시 강을 끼고 있다. 뚜르와 블루아, 앙부아즈는 르와르 강. 쉬농소는 체르 강. 요 아제르리도는 인드레 강을 끼고 있다. 5일 동안 프랑스의 젖줄 3개나 눈도장 찍은 나 ^^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아제르리도 성은 위에서 보면 저렇게 생긴 성이다. 이제까지 봤던 다른 성들에 비하면 아담하고 작다. 반듯하게 그리고 아담하게 생겨서 다른 성들보다 사진찍기에는 가장 편하고 좋았다.


발코니. 두 개의 조각을 보면 왼쪽은 도마뱀, 오른쪽은 족제비 조각이다. 저것은 이제까지 내가 둘러봤던 모~든 성의 건설을 주관했던 프랑수아 1세와 그의 왕비를 각각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많은 성들에서, 그리고 성 안의 침실, 부엌, 로비 등등에서 도마뱀과 족제비 조각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오른쪽 사진은 저 발코니에서 바라 본 아제르리도. 참 아담하다. 저게 거의 전부였다 ^^;;


아제르리도는 성 안은 참 볼 게 없었다. 꽤 유명하다고 알려진 곳인데 왜 관리를 그렇게 해 놓는지, 안내서도 없고.. 구경할 방도 몇 개 안 열어 놓고 그나마 열어놓은 방도 가구는 하나도 없고 텅비어 있었다. 성을 보는데는 10분도 안 걸렸다. 기분이 좀 상했지만 난 아제르리도는 단지 사진을 찍고 싶어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에 미련없이 성 밖으로 걸어 나온다.


캬- 이게 널리 알려져 있는 아제르리도 성의 모습이다.


론리플래닛에서는 아제르리도를 'Picture-perfect setting'이라고 표현해 놓았다.


저게 전부였어서 사진을 여러 장 찍을 필요도 없었다 ^^;;


 
아제르리도 역. 기차가 3시 35분인가 였는데 이거 놓치면 뚜르에도 못 가고 비행기도 놓치고.. 특히 뚜르에서 영국을 왔다갔다 하는 비행기는 매일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맘 편하게 미리 역에 가서 앉아 있었다. 이곳에서 맘 좋으신 프랑스인 할머니를 만났는데 영국의 좌측 통행에 어느새 익숙해진 나는 할머니가 뭐라뭐라 친절하게 말씀하시는데도 메르씨메르씨 하면서 반대편에 가서 꿋꿋하게 앉아있었다. 기차시간이 거의 다 되어 저 반대편에 있던 할머니가 플랫폼으로 걸어 오시는데 순간 여긴 우측 통행이라는 기억이 확 나면서 다시 기찻길을 건너가 섰다. 할머니한테 손가락으로 여기서 이 방향으로 가는 거냐고 묻고.. 할머니는 막 웃으시더니 나에게 또 불어로 뭐라뭐라 얘기하신다.. 어떡해. 하나도 못 알아 듣는데..

멋쩍게 웃기만 하던 나는 기차가 오자마자 얼른 탔다. 너무 죄송했다. 그리고 너무 아쉬웠다. 이럴 때 내가 불어를 할 수 있으면 현지인 분들하고도 한 두마디라도 더하면서 더 기억에 남는 여행을 만들 수 있었을텐데. 혹시 아나? 이곳이 맘 좋은 프랑스 지방 마을이었으니까 어쩌다가 현지인 집에 초대를 받을 수 있었는지도. 5일 동안 다니면서 나에게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신 분들이 꽤 있었는데 나는 그런 좋은 기회를 모두 놓치고 말았다.

<기차 밖 풍경>

여행을 갔을 때 풍경과 새로운 경험 그것들을 느끼면서 드는 많은 마음과 생각들도 중요하지만 여행에서 만나는 좋은 사람들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일텐데, 난 언어로 인해서 여행의 아주 중요하고 큰 부분을 맛조차 보지도 못하고 놓쳐버린 것 같아 너무 아쉽다. 그렇다고 내가 나중에 프랑스 여행을 갈 때 불어를 유창하게 공부해 갈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의 인사와 숫자 등은 그래도 기본적으로 알아가야겠다는 반성을 많이 했다.

아.. 다시 가고 싶다. 자연의 힘을 듬뿍 받아 온 난 이제 다시 파이팅하고 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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